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옆 김해공군기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며 귓속말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0일 부산 정상회담은 미국의 이른바 '펜타닐 관세' 10%포인트 인하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 1년 유예로 요약된다. 올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출범 이후 이어졌던 양국의 무역·관세 전쟁은 이날 합의로 일단 1막을 마무리하고 당분간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가게 됐다.
원천적 해법이 아닌 확전 자제 합의 수준이지만 양국이 '레드라인'을 코앞에 두고 타협에 이른 것은 파국은 피해야 한다는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국 정상의 '세기의 담판'을 숨죽여 지켜본 글로벌 통상·금융시장도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두 정상이 2019년 6월 이후 6년 만에 만나는 자리였던 만큼 깜짝 합의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잖았지만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지난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도출한 합의를 넘어서는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 9개월여 동안 양국간 현안이 워낙 누적된 탓에 이날 100분의 정상회담에서 추가 현안을 논의하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모처럼 마련된 판이 자칫 깨질 수 있다는 우려로 양국 모두 사전 협의된 내용에서 벗어난 '돌발 행동'을 자제한 채 경제·무역 현안에 집중한 것으로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마치고 미국으로 귀국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취재진과 만나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대만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며 "(중국이 수입하는 러시아산) 원유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와 러시아산 원유 구입 문제는 양국 모두에 민감한 현안이다.
정상회담 직후 합의 성과 기대감으로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던 중화권 증시는 예상 수준의 회담 결과에 소폭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실망감을 드러냈다. 미국 지수 선물시장도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출렁이는 분위기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74포인트(0.14%) 오른 4086.89로 종가 기준으로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장중 기록한 최고치(4146.72)를 지키는 데는 실패했다.
다만 양국 정상이 확전 자제에 대한 공감대를 직접 확인한 것만으로도 성과가 적잖다는 평가도 있다. 회담 자체가 미국에서 베선트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가 배석하고 중국에선 허리펑 부총리를 비롯해 왕이 외교부장 겸 당 외사판공실 주임, 왕원타오 상무부장 등이 배석하는 등 핵심 경제·외교 인사들이 총출동한 확대 정상회담으로 진행되면서 전략적 대화 채널도 복원됐다는 분석이다.
외교통상가에선 이날 합의가 역설적으로 양국의 최대 무기인 희토류(중국)와 관세(미국)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한 자리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일격을 당한 뒤 호주, 일본 등과 손잡고 대체 공급선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임기는커녕 수년 안에도 중국을 배제한 희토류 공급망을 완전하게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도 관세 타격이 이미 적잖은 상황에서 추가 관세로 대미 수출이 전면 차단되면 경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당초 오는 12월부터 시행하려던 희토류 수출규제를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하면서 한국도 우려를 덜었다는 평가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가 미국만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예고되면서 반도체·자동차·배터리업계 등 한국이 미중 갈등의 유탄을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컸지만 이번 회담으로 희토류 공급망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가 한 인사는 "미중이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는 상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하고 시 주석이 이후 미국을 답방하는 일정까지 조율된 만큼 갈등 일변도 국면에서 벗어나 갈등 관리 국면으로 들어가면 무역 관련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도 희토류 대체 공급망 확보 등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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