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스스로 큰 도전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힘을 주게 될까봐 그런 생각을 배제시키려고 했어요. 과장된 표현 대신 비워내는 노력을 통해서 보시는 분들로 하여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감정이 느껴지게 노력했죠."
30일 배우 김유정은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한 티빙 오리지널 '친애하는 X' 제작 발표회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오는 11월 6일 공개되는 친애하는 X는 지옥에서 벗어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가면을 쓴 여자 백아진(김유정 분)과 그녀에게 잔혹하게 짓밟힌 X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 작품을 통해 성공과 파멸을 오가는 치명적인 팜므파탈 캐릭터 백아진에 도전한 김유정은 친애하는 X를 선택한 이유로 '욕심날 수 밖에 없는 캐릭터의 관계성'을 꼽았다. 그는 "백아진은 연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욕심낼 수밖에 없는 캐릭터"라며 "많은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이야기 안에서 메시지를 계속 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유정은 "대본을 읽으면서 그런 부분이 좋았지만 무엇보다 감독님이 함께 작업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 부분에서 생길 고민이 사라질 만큼 많은 용기를 주셨다"며 "아진이란 친구를 (연기적으로) 만나는 데 있어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런 부분을 꺨 수 있게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 '스위트홈' 등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은 친애하는 X의 백아진 역에 김유정을 캐스팅한 이유로 배우 그 자체의 존재감이라고 설명했다. 이응복 감독은 "친애하는 X를 하게 된 이유는 김유정 배우가 이 작품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윤준서 역의) 김영대 배우도 마찬가지였는데 제가 관심을 갖던 두 배우를 만나 보니 너무 좋아서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드라마는 티빙과 CJ ENM에게도 의미가 깊다. 동명의 네이버웹툰을 기반으로 스튜디오드래곤이 기획한 친애하는 X는 오는 11월 6일 티빙을 통해 국내에 공개되는 한편 글로벌 플랫폼 HBO 맥스를 통해 아시아 17개 지역에서 동시 공개될 예정이다. 현지 타이틀은 'Dear X'로 결정됐다.
다음은 이날 제작 발표회에 참석한 이응복 감독, 김유정, 김영대, 김도훈, 이열음 등 친애하는 X 제작·출연진과의 일문일답.
Q. 이번 캐스팅은 어떻게 결정됐나. 왜 이 배우들이었나.
A. 이응복 감독: 이런 캐스팅은 일방적으로 정해진다기보다 인연과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고 본다. 김유정 배우가 작품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애하는 X'를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김영대 배우 역시 눈여겨보던 배우였다. 만나보니 확신이 생겼고 나머지 배우들도 운명처럼 만나서 하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이 인물은 이 배우여야 한다'는 감각이 아주 일찍 왔다.
Q. 백아진 역은 '서사가 있는 악녀'로 보인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지점은.
A. 김유정: 내가 큰 도전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괜히 힘이 들어갈까 봐 그런 생각을 일부러 배제했다. 친애하는 X는 웹툰 원작인 데 백아진은 표정이 멈춰 있는데도 '저 사람 지금 무슨 생각하지'라는 긴장감을 주는 인물이다. 그 무표정과 정서 자체가 매력이었기 때문에 연기에서는 과장된 표현을 더하는 대신 최대한 덜어내고 비워내는 데 집중했다. 눈으로 말하는 장면이 굉장히 많다. 감정을 세게 드러내기보다는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묘하게 불안한 기운을 시청자가 느끼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Q. 연출 관점에서 악녀 백아진에 대한 수위 조절은 어떻게 했나.
A. 이응복 감독: 아진이라는 인물은 분명히 못된 주인공이다. 그런데 질문을 거꾸로 던지고 싶었다. 왜 독자와 시청자는 이런 못된 인물을 사랑하게 되는가. 그래서 연출할 때 일방적으로 단죄하거나 미화하지 않으려 했다. 어떤 순간엔 아진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응원하고 또 어떤 순간엔 '너 그러면 안 돼'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거다. 수위를 낮춘다기보다 그녀를 지켜보는 주변 인물들의 절절한 시선(준서·재오 등)을 통해 감정적 균형을 잡는 방식에 가깝다. 결국 '아진을 둘러싼 시선'이 관객에게 감정을 안내한다.
Q. 배우들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이열음: 원작의 팬이기도 했고 이응복 감독님과 꼭 한번 작업하고 싶었다. 대본을 읽으며 '이 인물들을 실제 배우들이 어떻게 구현할까'라는 기대감이 컸다.
A. 김도훈: 대본이 정말 재미있었는데 동시에 굉장히 낯선 캐릭터라서 고민도 했다. 부족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처음부터 '너랑 너무 잘 맞는다'라고 확신을 주셨다. 그 말을 들으니 '해보자'는 용기가 생겼다.
A. 김영대: 준서라는 인물은 누군가를 조건 없이 끝까지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런 순도 높은 집착과 헌신을 가진 캐릭터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또 상대 배우가 김유정이고 연출이 이응복 감독님이란 얘기를 듣고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미팅에 갔다. 첫 만남에서 '그래, 하자'라는 말을 듣고 바로 붙잡혔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이라 생각했다.
Q. 원작 웹툰과의 관계는 어떤가. 얼마나 달라지나.
A. 이응복 감독: 초·중반까지의 큰 흐름과 주요 캐릭터는 원작을 따른다. 다만 웹툰 분량만으로는 12부 전체를 채우기는 어려워서 성인 시점 이후엔 오리지널 요소를 많이 넣었다. 원작에서 지면 때문에 깊게 못 파고든 심리나 주변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 같은 걸 실사 드라마만의 질감으로 확장했다.
Q. 악녀가 주인공이다. 시청자가 인물에게 몰입하고 따라가기 어렵진 않나.
A. 김유정: 개인적으로는 '아진을 시청자가 옹호해줬으면 좋겠다'거나 '무조건 응원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완전한 응원이 아니라 계속 복잡하고 흔들리는 감정을 느끼면서 따라와 주셨으면 한다. 아진의 시선과 서사를 따라가야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몰입의 끈은 결국 연출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성이 잡아준다고 본다.
A. 이응복 감독: 그래서 주변 인물들의 시선이 중요하다. 준서는 '아진을 정상적인 사람으로 돌리고 싶다'는 구원 서사를 갖고 있다. 도덕성이 있는 인물이라 아진이 시키는 일이 정말 나쁘면 대신 자기가 해버리거나 막으려고 든다. 반면 재오는 아진을 거의 '신'처럼 따른다. '아진이 결정한 건 곧 옳은 것'이라는 확신으로 움직인다.
Q. '친애하는 X'가 HBO를 통해 해외에도 나간다. 글로벌 시청자에게 어필할 지점은.
A. 이응복 감독: 해외 유통이 결정된 건 촬영 다 끝나고 난 후다. 미리 계산해서 만든 건 아니지만 인간의 선악 구도 속에서 벌어지는 감정과 관계의 균열은 어디서나 통할 거라고 본다. 배우들의 강한 표현력과 관계의 치열함은 보편적인 정서다. 그게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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