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김해국제공항 내 의전 시설 나래마루에서 비공개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트럼프 대통령이 귓속말을 건네자 시 주석이 웃으며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미-중 무역 갈등 끝에 30일 김해국제공항에서 마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태도를 누그러뜨린 채 덕담으로 회담을 열었다. 회담장에 먼저 와 기다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 등을 툭툭 두드리는 등 ‘아이스브레이킹’에 적극적이었다.
이날 김해공항에 먼저 도착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자신의 전용 헬기 ‘머린 원’을 타고 경주를 출발해 오전 10시15분께 김해공항에 내렸다. 이후 정상회담 장소인 김해공항 내 의전 시설 ‘나래마루’로 향해 시 주석을 기다렸다. 이번 회담의 주최국이 미국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래마루에 먼저 도착해 시 주석을 맞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을 태운 에어차이나 전용기는 트럼프 대통령 도착 15분쯤 뒤인 10시30분께 김해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검정색 코트를 입고 비행기 계단에 모습을 드러낸 시 주석은 카메라를 향한 손 인사는 생략한 채, 한손으로 난간을 잡고 계단을 내려왔다.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활주로에선 조현 외교장관과 노재헌 주중 한국 대사 등이 시 주석을 영접했다. 군악대와 의장대가 도열해 함께 맞았고,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예포는 대통령 등 국가 원수에게 21발, 부통령 등에는 19발이 발사된다.
시 주석은 회담 장소까지 ‘중국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훙치’의 리무진 엔(N)701을 타고 이동했다. 훙치는 중국 공산당 상징인 붉은 깃발의 중국어 발음에서 따온 이름이다. 차량은 군사 용도급 장갑과 방탄 바퀴는 물론, 화학 공격 등에 대비한 독립 공기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5분여를 이동해 10시55분께 나래마루에 도착했다.
두 정상은 회담장에 들어가기 전 성조기와 오성홍기를 배경으로 잠시 환담을 나누며 카메라 앞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즐겨 매는 빨간색 넥타이, 시 주석은 푸른빛이 도는 회색 넥타이에 정장 차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웃으며 먼저 악수를 청하고는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했다.
이어 기자들을 향해 “우리는 매우 성공적인 회담을 할 것”이라며 “그(시 주석)는 매우 강한 협상가다. (내게는) 좋지는 않은 일”이라며 시 주석을 추켜세웠다. 짧은 환담 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환대의 표시로 여러 차례 시 주석의 등을 가볍게 다독였다.
시 주석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했다. 그는 “다시 만나 반갑다”는 인사를 건넨 것을 빼면 회담장 밖에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서로 잘 안다. 좋은 관계를 맺어왔다”고 기자들에게 강조하는 중에도 시 주석은 말을 얹지 않았다.
두 정상은 100여분 간의 비공개 회담을 마친 뒤 재차 악수를 나누고는 회담장 밖으로 나란히 걸어나왔다. 통역을 끼지 않은 채 몇마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귀엣말을 건네자 시 주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정상들이 나눈 마지막 대화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