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골키퍼는 이제 더 이상 기피 포지션이 아니다. 그만큼 현대 축구에 있어서 중요한 포지션이지만 우리는 골키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인터풋볼'이 준비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최초의 무실점 경기 골키퍼이자, 골키퍼의 스타플레이어 시대를 열었던 '레전드' 최인영이 차원이 다른 축구 이야기를 들려준다. [편집자주]
과거에는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이 학업보다는 운동에만 전념했다. 이로 인해 선수들의 예의범절과 교양은 전적으로 지도자의 지도에 의존했으며, 지도자의 성향이 선수들의 인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축구, 배구와 같은 단체 종목에서는 지도자와 선배들에게 깍듯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 인성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현재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고등학교까지 수업에 의무적으로 참여한다. 그 결과 학교에서 교양과 지식을 쌓고 단체 생활을 통해 협동 정신을 배우는 등 사회생활에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프로축구 경기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들이 포착된다. 이에 지도자들의 교육적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몇 가지 제언을 해본다.
첫째, 과도한 엄살 행위다. 축구는 몸싸움과 공 탈취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충돌과 넘어짐이 발생하는 격렬한 운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접촉에 쓰러져 좀처럼 일어나지 않다가, 팀 닥터의 처치 후 아무렇지 않게 경기에 복귀하는 선수들이 있다. 특히 팀이 리드하고 있을 때 심화되는 소위 '침대 축구'와 같은 이러한 행위는 스포츠맨십에 크게 위배된다. 지도자들은 상대를 존중하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경기에 임하도록 선수들을 교육하여 이러한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
둘째, 심판진에 대한 과격한 항의다. 경기장 내에서는 심판의 판정에 직접적으로 항의하기보다, 주장을 통해 주심에게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코칭스태프가 나서도록 해야 한다. 최근 경기에서 퇴장당한 선수가 주심에게 욕설에 준하는 발언과 조롱하듯이 박수를 치며 퇴장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는 지도자의 강력하고 단호한 지도가 요구된다.
셋째, 심판진의 태도 개선이다. 현재 프로축구 심판들은 VAR 시스템 도입으로 오심의 확률이 감소했지만, VAR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는 장면에서의 판정은 여전히 주심과 부심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심판 또한 사람인지라 실수를 범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심판들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필자가 영국 유학 중 PL을 직접 관전했을 당시 인상 깊은 경험을 했다. 수비에서 역습으로 이어진 득점 상황에서, 주심은 역습이 너무 빨라 미처 따라가지 못해 좋지 못한 위치에서 득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상대 팀의 항의가 이어지자 주심은 부심과 상의한 후, 공격자의 핸드볼을 선언하며 자신의 오심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판진이 경기 내내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실수했을 때 이를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 또한 스포츠 정신의 중요한 부분이다.
글=최인영(1994년 미국 월드컵 국가대표 골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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