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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 공정규격에 양분 함량 추가가 필요한 이유

머니투데이 이덕배농축생태 환경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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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 공정규격에 양분 함량 추가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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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생태환경연구소 대표 /사진=정혁수

농축생태환경연구소 대표 /사진=정혁수

벼 깨씨무늬병이 농업재해로 인정되고, 농림축산식품부는 11월 중 재해복구비와 재난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피해 농가는 수확량이 최근 3년간 해당 시·군의 평균 수확량과 견줘 30% 줄고 면적 기준 피해율이 30%~80%이면 10a당 8만 2000원의 농약대를 받는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올해 10a당 쌀 예상 수량은 524~531kg으로 이의 30% 양은 최소 157~kg이다. 이 157kg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쌀 소매 가격 6만7,327원(10월1일 기준)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52만 8000원이다. 쌀 판매에 포함된 도정, 유통, 판매 과정의 비용을 제외한다고 해도 보상금 8만 2000원을 받은 농가는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고, 병에 의한 피해율이 높아지면 그 손해는 더 커진다. 국가도 재난 지원금 지급으로 재정적으로 손해를 본다. 그래서 농가와 국가가 함께 벼 깨씨무늬병 재발 방지에 노력해야 한다.

8월까지 잘 자라던 벼가 등숙기 깨씨무늬병에 걸리면 작물체의 광합성 공장이 줄어서 등숙이 불량해진다. 벼 깨씨무늬병의 원인은 첫 번째가 가을철 지력소진에 따른 영양분 부족에 기인하고 두 번째는 고온과 다습에 의한 분생포자 발아와 식물체로의 침입이 쉽기 때문이다. 올해 9월 전주시 지역은 17일간 465mm의 비가 내려 작년보다 7일간 280mm가 더 왔다. 이런 다습한 기상이변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기에 논 토양의 지력을 증진하는 일에 농가와 국가가 손을 맞잡고 대응해야 한다.

필자가 2023년 조사한 고창군의 벼 유기 재배단지에서 깨씨무늬병 발병 원인은 유박비료를 장기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유기농업에 흔히 쓰는 유박 100kg에는 질소 4kg, 인산은 2kg, 칼리는 1kg이 들어 있어서, N 1: P 0.5: K 0.25의 비율로 구성된다. 농촌진흥청에서 권장하는 10a당 비료 사용량은 N 9.0kg, P 4.5kg, K 5.7kg이다. 즉 N을 1주면, P는 0.5, K는 0.63의 비율로 양분을 공급해야 하는데, 유박을 20년 넘게 사용한 유기농업 단지에서는 매년 K 공급량이 권장량의 40% 수준에 머물러 결핍증상을 나타낸 것이다.

유기물, 인산, 규산 등 다른 양분은 충분하였어도 리비히의 최소양분율이 정확히 적용되어 칼리 결핍으로 벼 깨씨무늬병이 심하게 발생했다.

농경지에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은 1998년 농협이 시작하고, 이듬해부터 농식품부 정책사업으로 시행해 왔으며 2022년부터 2026년까지 한시적 지방이양으로 추진되고 있다. 2024년 사업비는 1,130억 원으로서 가축분 퇴비(이하 퇴비), 유박 등 유기질비료 지원에 사용됐다.


정부는 화학비료 구입비 지원을 오래전에 중단했고, 유기질비료는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2027년부터는 지자체 자율에 맡겨진다. 자칫하면 사업이 중단될 수도 있다. 자원순환의 개념에서 시작된 유기질비료 지원사업비는 양분 함량이 표시된 수입 유기질비료가 판을 치고 있다.

국내 퇴비 공정규격에 질소, 인, 칼리 함량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퇴비 사용량을 가늠할 수 없고, 더욱이 인증 농산물 생산에서 토양검정에 따라 비료사용처방서를 발급할 국산 퇴비가 없는 탓이다. 그 결과 수입 유기질비료는 비싸고, 유기농산물의 값도 비싸져서 경쟁력을 잃었다. 국내 P사의 유기농 과채 쥬스의 원료에서 국내산은 하나도 없고 대부분이 유럽산이다.

최근 축산환경관리원은 베트남에 시범사업용 한국산 가축분 퇴비(K-퇴비) 60톤을 수출한다고 발표했다. 필자가 2019년 방문한 네덜란드 KOMECO사의 퇴비는 포장지에 양분 함량을 표시하고서 우리나라 등 세계 35개국에 수출하고 있었다. K-퇴비는 이런 제품과 견주어 비교우위에 서야 한다.


K-퇴비 수출 사업이 성공하려면 첫째, 국내 가축분 퇴비에 양분 함량 표시제를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 기술과 품질, 가격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양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토양의 양분 함량과 작물의 양분 요구량을 고려한 적절한 K-퇴비 사용 기술 서비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비료 사용 기술은 환경과 경제에 이득이 되도록 진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K-퇴비가 농산물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주역임을 알리는 스토리텔링도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은 매년 정부예산으로 300여 점의 퇴비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관리 기준을 산정할 수도 있다. 개정된 퇴비 공정규격은 한국 유기농업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26년으로 일단락 짓는 지자체의 유기질비료 공급사업의 지속성도, 지력 증진을 통한 벼 깨씨무늬병의 재발 방지도, K-퇴비의 수출 활성화에도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 결과는 작물농가, 축산농가, 퇴비 사업자의 수익 증대는 물론 정부의 수질개선, 양분수지 완화, 온실가스 감축 성과도 얻을 것이다. 늦은 것 같지만, 사실은 지금이 가장 빠른 때임을 명심하면 좋겠다.

이덕배 농축생태 환경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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