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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분간 맨해튼 1.5㎞ 걸으며 일일이 악수… 美선 드문 발품 유세 통했다

조선일보 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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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다니 뉴욕시장 후보 동행해보니
조란 맘다니 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가 28일 맨해튼의 한 놀이터에서 선거 유세를 벌였다./윤주헌 특파원

조란 맘다니 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가 28일 맨해튼의 한 놀이터에서 선거 유세를 벌였다./윤주헌 특파원


“9만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진 우리의 움직임은 ‘생활비 위기’가 정치 성향을 뛰어넘어 모든 뉴욕 시민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28일 오후 6시(현지 시각)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근처 놀이터. 조란 맘다니(34)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 물결은 우리를 시청으로 이끌고 이 도시를 바꿀 것”이라고 하자, 지지자들은 “투표할 때 우리는 승리한다”고 외치며 호응했다.

다음 달 4일 치러질 뉴욕 시장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맘다니는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68) 전 뉴욕 주지사를 각종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앞서며 확고한 1위를 달리는 중이다. 맘다니가 내세우는 급진 좌파적 정책을 경계하는 월가 억만장자 등이 쿠오모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후원하며 막아서고 있지만, 인도계 무슬림이자 정치 경력 4년에 불과한 자칭 ‘민주사회주의자’가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날 현장은 그 돌풍의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준 자리였다.

UPI 연합뉴스샌더스·코르테스 손 맞잡은 34세 맘다니  지난 26일 미국 뉴욕 포리스트힐 스타디움에서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인 조란 맘다니(가운데)가 버니 샌더스(왼쪽) 무소속 상원 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 의원과 손잡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샌더스·코르테스 손 맞잡은 34세 맘다니 지난 26일 미국 뉴욕 포리스트힐 스타디움에서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인 조란 맘다니(가운데)가 버니 샌더스(왼쪽) 무소속 상원 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 의원과 손잡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100만 채에 달하는 공공 주택 임대료 동결,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시 소유 식료품점 설치 등 맘다니의 주요 공약은 시 재정을 파탄 낼 위험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맘다니가 보통 시민의 삶에 가장 절실한 지점을 정확히 짚고 있다고 했다. 브롱크스 주민 린 마이케 라이씨는 “뉴욕 사람들은 ‘계속 이곳에 살 수 있을까’ ‘집 없이 떠돌게 되는 건 아닐까’처럼 정말 기본적인 걱정에 늘 시달린다”면서 “맘다니는 내가 이 도시에 산 10년 동안 그런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첫 후보”라고 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와 시에나칼리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유권자의 44%가 생계비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맘다니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미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캠프에서 디지털 전략가로 일했던 에드 밀리밴드는 영국 가디언에 “선거는 언제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 즉 집·교통·먹거리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맘다니가 온다는 사실이 사전에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날 현장에 참석한 지지자는 자발적으로 모인 50여 명에 그쳤다. 지역 단위 모임인 만큼 참석자가 많지 않았지만 뉴욕시 전체적으로는 수만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가 맘다니의 당선을 위해 뛰고 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놀이처럼 선거운동을 기획·홍보하며 맘다니 지지를 젊은 세대의 새로운 트렌드로 만들었다. 자신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후반 출생자)라고 밝힌 대니얼씨는 “여기 있는 누구도 당이나 다른 누군가의 부탁으로 나오지 않았다”면서 “자발적으로 맘다니의 승리를 기원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지지자를 동원하는 기성 정치권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발로 뛰는 선거’는 맘다니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는 수시로 맨해튼 거리를 종횡무진 누비며 뉴요커들과 스킨십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맘다니는 약 20분간 유세한 뒤 경호원 두 명, 수행원 한 명만 동반하고 맨해튼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브로드웨이를 출발해 타임스스퀘어 앞을 거쳐 록펠러센터 맞은편 NBC방송 스튜디오에 들어갈 때까지 약 1.5㎞를 17분 동안 걸으며 거리의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이를 지켜보던 한 외신 기자는 “쿠오모 같은 구세대 정치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시민들과 만난 내용을 감각적이고 세련된 영상으로 편집해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그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는 거리의 푸드트럭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식료품 인플레이션에 대해 점주를 인터뷰한 영상은 큰 화제를 불러모으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보수층과 월가가 쿠오모를 밀고 있는 가운데, 진보 세력은 맘다니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지난 26일 뉴욕 퀸스에서 열린 대규모 유세에서는 진보 진영의 유력 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무소속)과 민주당 차세대 주자 중 하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하원 의원이 맘다니와 함께 무대에 올라 손을 맞잡았다. 뉴욕타임스는 “맘다니와 좌파의 빅 스타들이 지지자들의 바다 앞에서 하나로 뭉쳤다”고 했다. 샌더스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가 맘다니처럼 선거운동을 했다면 지금 대통령은 트럼프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맘다니 열풍은 투표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25일 시작된 뉴욕 시장 조기 투표에 첫 3일 동안 22만3000명 이상이 참여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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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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