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 |
“뭔가 반짝이는 게 있어요.” 2016년 11월 ‘경주 동궁과 월지 발굴 현장’에서 현장 근로자 손정현(75)이 발굴 조사자 정원혁(37)을 찾아왔다. 반짝이는 것은 금일 확률이 높다. 발굴 현장에서 발견되는 유물 대부분은 거무스름하게 변해 있지만, 금은 반짝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금은 귀하다.
그렇다 보니, 유물 발굴 현장에서는 작은 조각도 허투루 볼 수 없다. 유물은 흙속에 팥알 크기로 구겨져 있었다. 열흘 뒤 20m 떨어진 곳에서 같은 사람이 비슷한 유물을 또 발견했다. 대단한 눈썰미였다. 게다가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에서 보존 처리를 거치며 혹시나 하고 두 유물을 펼쳐 하나로 합쳐 보았더니 기적처럼 딱 맞았다.
‘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 가로 3.6cm다. |
순도 99.99% 순금 0.3g(한 돈은 3.75g)으로, 크기가 가로 3.6㎝, 세로 1.17㎝, 두께는 0.04㎜였다. 금박에는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눈으로 살펴보기에 힘든 정밀한 세공이었다. 현미경으로 살펴보니 꽃을 중앙에 두고 좌우에 새 두 마리가 오밀조밀하게 새겨진 문양이었다.
극강의 세공술로 만든 통일신라의 금박에는 꽃을 위에서 본 형태로 늘어놓은 둥근 꽃무늬(團華)와 두 마리 새(雙鳥)가 마주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이란 이름을 얻었다. 실제 살펴보면, 5㎜ 정도 공간에 무려 60개 선이 머리카락보다도 가늘게 새겨져 있다. 사람의 솜씨라 믿기 힘든 엄청난 초정밀 기법에 ‘혹시 외계인이?’라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 |
누가, 무엇을 위해 이토록 정교한 아름다움을 새겼을까. 현미경도 없던 시절에 어떻게 만들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오지만, 상서로운 문양을 새기며 눈으로 보기도 어려운 아름다움이 어디엔가 닿기를 바라던 선조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지금 경주에는 찬란했던 신라의 유산이 오늘의 세계를 환대하고 있다. 경주에서 열리는 에이펙(APEC)은 세계에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순간에 여섯 개의 금관과 함께 황금 도시 경주의 찬란한 빛으로 그 바람도 반짝인다.
‘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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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자연유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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