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첫 개발자 행사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재차 강조·트럼프와 유대 과시
대중국 수출 규제 완화 추진할듯
젠슨황 “원래는 트럼프도 참석 예정이었다” 공공부문 매출 확대 시사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재차 강조·트럼프와 유대 과시
대중국 수출 규제 완화 추진할듯
젠슨황 “원래는 트럼프도 참석 예정이었다” 공공부문 매출 확대 시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GPU 기술 컨퍼런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취재진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엔비디아가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를 지원하고, 미국 내 6세대(6G) 통신망 건설에도 나선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발자행사(GTC) 기조 발표를 통해 “에너지부가 엔비디아와 협력해 새로운 AI 슈퍼컴퓨터 7대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슈퍼컴퓨터는 양자컴퓨터 기반으로 구성되며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들인 아르곤 국립연구소와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들 연구소가 핵무기와 핵에너지 관련 연구도 수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엔비디아가 구축하는 슈퍼컴퓨터가 미국 국방과 에너지 분야의 핵심 연구에 적용되는 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8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월터 E.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GPU 기술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하며 엔비디아 옴니버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AFP] |
이번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는 처음으로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개최된 것이다. AI 산업이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미국 정부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과정에서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엔비디아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유대 강화가 필수적이다.
황 CEO는 “국가 역량을 에너지 성장 지원에 투입한 것은 완전한 게임체인저였다”며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말하는 등 이번 협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밀한 협업의 결과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그러면서 “원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행사에 참석하려 했으나 이틀 전에 연락해 ‘한국에 가야 한다’고 했다”고 전하는 등 유대를 과시했다.
엔비디아는 또 핀란드의 통신장비 회사 노키아의 6G 기지국에 자사 칩을 탑재해 전력 효율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도 발표했다. 황 CEO는 “통신망은 모든 산업의 ‘척추’”라며 “미국이 6G 통신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이와 관련해 노키아에 10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2.9%를 확보할 계획이다.
또 자사의 자율주행 관련 기술인 ‘하이페리온’을 차량공유 플랫폼 우버에 탑재하기로 파트너십을 맺었다고도 밝혔다. AI 발전으로 인한 사이버보안과 안보 관련 위협을 의식한 듯 사이버 보안 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안보 관련 기업 팔란티어와의 협업 사실도 공개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가 최근 발표했던 미국 내 GPU 대량 생산 사실도 다시금 언급하면서 “미국이 다시 반도체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자사 반도체에 대해 “미국에서 만들고, 전 세계를 위해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내 제조업을 다시 부흥시키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에 맞춘 발언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4월 30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투자’ 행사에서 백악관 크로스홀에서 연설을 한 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악수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
엔비디아가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달 미국 정부가 대주주가 된 미국 반도체 제조사 인텔에 50달러를 투자했다. 또 지난 17일에는 최신 AI 칩 ‘블랙웰’을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TSMC 팹(공장)에서 대량 생산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황 CEO는 행사 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는 발언을 되풀이했고, 기조 발표도 트럼프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문장으로 끝맺었다.
이날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날 대비 4.5% 이상 상승해 장중 주당 200.21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시장을 되찾고자 하는 의도에서도 엔비디아가 워싱턴에서 GTC를 연 것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황 CEO는 자사 GPU의 이전 아키텍처인 ‘호퍼’의 2023년 이후 누적 매출액이 1000억달러에 불과한 반면, 이후 모델인 ‘블랙웰’과 ‘루빈’의 매출액은 올해에만 5000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시장을 제외하고 집계한 수치다. 만약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서도 순조롭게 GPU를 판매할 수 있었다면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엔비디아. [로이터] |
중국과 AI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최신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지난해 대(對)중국 수출 통제 요건에 맞는 저성능 칩 H20을 내놨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4월 이에 대한 수출조차 금지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수출 금지는 3개월 만인 7월에 풀렸지만, 이번에는 중국이 H20 칩에 보안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사실상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반도체 내수 판매를 늘리는 등 기술 자립을 꾀하고 있다.
아직 중국 제품은 가격도 비싸고 전력 소모량도 크게 높아 엔비디아 제품과 직접 경쟁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엔비디아로서는 양국 정부 간 갈등에 끼어 눈 뜨고 시장을 빼앗긴 양상이 된 셈이다. 엔비디아가 지난 3월 처음으로 연방 정부를 상대하는 로비스트를 등록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행사가 아시아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개최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투자자들은 엔비디아가 중국에 어떤 칩을 판매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변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