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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왕좌 전쟁’

조선일보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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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왕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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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이스라엘, 가자 전쟁 후 연일 충돌… 패권 경쟁 본격화
27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대통령실 청사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오른쪽) 튀르키예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4.5 세대 전투기 유로파이터 타이푼 구매 계약 체결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27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대통령실 청사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오른쪽) 튀르키예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4.5 세대 전투기 유로파이터 타이푼 구매 계약 체결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한때 긴밀한 동맹 관계였던 이스라엘과 튀르키예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전쟁을 계기로 돌아선 뒤 연일 충돌하고 있다. 최근 영국을 비롯한 서방에서 전투기를 사들이는 등 군사력을 확장하는 튀르키예와 중동 군사력 선두권인 이스라엘이 본격적인 패권 경쟁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27일 유럽연합(EU)이 제조하는 4.5세대 전투기 ‘유로파이터 타이푼’ 20기를 도입하는 80억 파운드(약 15조3000억원) 규모의 구매 계약을 영국과 체결했다. 인도 지연을 고려해 카타르·오만에서 중고 전투기 24기를 우선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산 F-15, F-35 등 전투기 수백여 기를 보유한 이스라엘에 맞서 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이스라엘 등 지역 경쟁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최신 전투기를 신속하게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는 최근 이란·카타르·레바논·시리아를 잇따라 공격한 이스라엘을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다. 다수 이슬람권 국가와 달리 튀르키예는 팔레스타인과 대립하는 이스라엘을 일찍부터 승인하고 밀접하게 협력해 왔지만, 가자지구 전쟁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급격하게 악화됐다. 튀르키예가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며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을 강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히틀러에 비유하며 대립했다. 가자지구 공습을 집단 학살로 규정하고 지난 8월 교역 전면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에르도안은 트럼프의 휴전안이 잘 이행되도록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외교전도 벌이고 있다. 범(汎)중동권의 주도권을 노리는 튀르키예가 과거 오스만제국 시절의 영향력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앞서 트럼프 주재로 이집트에서 열린 평화 정상회의 당시 네타냐후의 참석이 돌연 취소된 데도 튀르키예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는 행사 당일인 지난 13일 회의를 공동 주재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초청을 받고 이집트행을 결정했다가 돌연 불참 의사를 밝혔다. AFP와 튀르키예 매체들에 따르면 에르도안이 네타냐후의 참석을 막기 위해 여러 국가를 상대로 외교전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 중 병력 규모가 미국에 이어 둘째일 정도로 이스라엘 못지않은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나토 회원국이자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튀르키예는 이란과 달리 군사적으로 압도할 수 없는 까다로운 상대인 셈이다. 튀르키예는 2020년 러시아산 방공 요격 체계 S-400을 들여오면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지만, 최근 최신형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를 도입하기 위해 제재 해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는 “튀르키예는 트럼프와 개인적 유대감이 깊은 에르도안이 하마스가 휴전안에 서명하도록 설득한 점을 내세워 합의에 도달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트럼프의 제안으로 논의 중인 가자지구 국제안정화군(ISF)에 튀르키예의 참여를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견제에 나섰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27일 “지난 4년간 에르도안이 이끄는 튀르키예는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접근 방식을 취했다”며 “튀르키예군의 가자지구 진입을 허용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미국에도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미군을 가자지구에 파견하지 않는 대신 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카타르·튀르키예 등의 참여를 요구해 왔는데, 여기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앞서 네타냐후도 “어떤 외국 군을 허용할지는 이스라엘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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