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만대 서버·로봇·냉각 실증까지…AI 인프라 현장
‘각’이라는 이름은 고려시대 해인사 장경각에서 유래했다. 장경각이 팔만대장경을 지켰듯 네이버는 데이터를 현대 지식 자산으로 보고 이를 안정적으로 저장·활용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건물 외벽과 주변 녹지는 기존 지형을 최대한 보존한 형태로 설계됐으며 완공 후에는 식생 복원까지 마쳤다.
가장 먼저 마주한 곳은 통합 관제센터였다. 복도 유리창 너머로 본 벽면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화면이었다. 전력 사용량, 냉각 상태, 네트워크 흐름, 출입 통제 현황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국내외 주요 뉴스와 CCTV 영상이 함께 송출되며 수천개 센서가 각 설비 상태를 쉬지 않고 보고하고 있었다. 마치 우주 관제실을 보는 듯했다.
이 같은 운영 안정성은 설계 단계 물리적 안전성과도 맞닿아 있다. 각 세종은 일본 후쿠시마 지진 수준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구조와 화재 확산을 막는 이중 방수 시스템을 갖췄다. 외부 조경 공간에는 열화상 카메라와 스프링쿨러가 설치돼 있다.
관제 구역을 지나 두 개의 두꺼운 자동문이 천천히 열렸다. 순간 묵직한 기계음이 귀를 울렸다. 각 세종 심장부인 서버동이었다. 수만개 서버가 일정한 리듬으로 돌아가며 공기를 내뿜고 있었다. 소음은 컸지만 내부는 의외로 쾌적했다. 온도와 습도가 균일하게 유지돼 공기가 무겁지 않았다. 이곳은 평균 25도 안팎의 온도와 적정 습도로 유지된다. 랙마다 빼곡히 꽂힌 수십개 전원 케이블과 콘센트는 이곳을 흐르는 전력 규모를 짐작케 했다.
서버동 층고는 약 8미터. 이 중 서버가 배치된 공간은 4.8미터, 상부에는 전력선과 냉각 덕트가 지나가는 3.5미터 높이 기술층이 자리한다. 바닥 아래에서 올라온 공기가 천장 속으로 빠져나가며 열을 배출하는 구조다. 수직·수평으로 늘어선 랙과 정렬된 전선들이 만들어내는 질서감이 오히려 차분했다.
이 정교한 공조 중심엔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냉각 시스템 ‘나무(NAMU·NAVER Air Membrane Unit)-Ⅲ’가 있다. 기후 조건에 따라 외기를 직접 끌어들이거나 습도나 미세먼지가 많을 땐 간접 순환으로 전환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자연 에너지를 활용해 일반 냉각 대비 전력 사용량을 70% 이상, 물 사용량을 60% 이상 절감한다.
세로는 IT 핵심 자산인 서버의 불출과 적재를 사람 개입 없이 수행한다. 각 자산 번호를 자동 인식해 흐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한다. 2밀리미터 단위로 정확히 자산을 집어 올리고, 최대 3미터 높이까지 적재할 수 있다. 가로는 서버실과 로봇 구역을 오가며 최대 400킬로그램 장비를 운반한다. 주행 속도는 초속 2미터. 작업자 개입 없이 스스로 이동하지만 필요 시 ‘파워 어시스트 모드’로 전환돼 수동 운송도 가능하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세로와 가로는 자율제어 플랫폼 ‘ARC(Autonomous Robot Control)’로 제어된다”며 “서로의 위치를 공유하며 충돌 없이 이동하고 자산 이동 내역을 실시간 기록한다”고 말했다. 로봇의 모든 움직임은 관제센터 시스템과 연동된다.
네이버는 각 세종을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가 아니라 AI 시대 연산 중심지이자 자율제어·에너지 효율 기술 집약체로 보고 있다. 관제센터가 ‘두뇌’라면 서버동은 ‘심장’, 그리고 세로·가로 같은 로봇은 ‘혈류’ 역할을 맡는다. AI와 자동화가 물리적 인프라에 스며든 구조다.
그는 “DLC는 현재 개념검증(PoC) 단계로 내년 4월까지 실증을 마친 뒤 2차 서버동부터 본격 적용할 계획”이라며 “공기 냉각과 액체 냉각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효율을 극대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냉각분배장치(CDU)·랙·서버가 일체형으로 납품되는 구조를 적용하기 위해 글로벌 벤더와 협력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직접 랙을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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