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공학과 이강택 교수팀, 초고속 소결 공정 기술 개발
·유형민(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장승수 KAIST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이강택 교수, 윤가영 박사과정, 이동훈 석박통합과정.[KAIST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 생산의 핵심 기술인 고체산화물 전해전지(SOEC)는 세라믹 분말을 고온에서 굳히는 ‘소결’ 과정이 필요하다.
국내 연구진이 이 과정을 6시간에서 10분으로 단축하고 온도도 1400℃에서 1200℃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전지 제조의 에너지와 시간을 크게 줄여, 친환경 수소 시대를 앞당길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KAIST는 기계공학과 이강택 교수 연구팀이 단 10분 만에 그린수소의 고성능 전해전지를 완성할 수 있는 초고속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기술의 핵심인 ‘소결’ 은 전지를 이루는 세라믹 가루를 고온에서 구워 단단히 결합시키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전지가 가스를 새지 않고(수소와 산소가 섞이면 폭발 위험), 산소 이온이 손실 없이 이동하며, 전극과 전해질이 단단히 밀착되어 전류가 원활히 흐른다. 즉 전해전지의 성능과 수명은 얼마나 정밀하게 굽느냐에 달려 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재료를 내부부터 균일하게 가열하는 ‘체적가열(Volumetric Heating)’기술을 적용, 기존 수십 시간이 소요되던 소결(sintering) 과정을 30배 이상 단축하는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1400℃ 이상의 고온에서 장시간 처리해야 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내부부터 동시에 가열함으로써, 단 10분 만에 1200℃에서도 안정적인 전해질 형성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결과가 게재된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표지.[KAIST 제공] |
또한 기존 공정에서는 전지를 만들 때 필수 재료인 세리아(CeO₂) 와 지르코니아(ZrO₂)가 너무 높은 온도에서 서로 섞여버려, 재료의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KAIST의 새 기술은 이 두 재료가 서로 섞이지 않는 알맞은 온도에서 단단하게 붙도록 조절해, 흠집 없이 치밀한(빈틈 없는) 전해질층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즉 ‘공정시간’은 하나의 전지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가열, 유지, 냉각 과정을 모두 포함한 전체 제조 시간을 의미한다. 기존 일반 소결 공정은 약 36.5시간이 소요됐으나, 이번 마이크로웨이브 기술은 70분 만에 완료되어 약 30배 이상 빠른 제조 속도를 보였다.
그 결과, 새롭게 제작된 전지는 750℃에서 분당 23.7mL의 수소를 생산하고, 25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우수한 내구성을 보였다. 또 3차원 디지털 트윈 분석(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초고속 가열하는 소결 공정이 전해질(전지 속 재료)의 치밀도를 높이고, 연료극 내 산화니켈(NiO) 입자의 비정상적으로 커지지 않도록 조절함으로써 수소 생산 효율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강택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성능 고체산화물 전해전지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을 제시한 성과”라며 “기존 공정 대비 에너지 소비와 시간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어 상용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벤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