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일대 주택가와 반포대교 너머 강남 아파트단지. 서성일 선임기자 |
‘부동산 보유세’가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데 이어 보유세 인상 카드까지 쓸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는데요.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보유세 강화가 응능부담(부담능력에 맞게 과세) 원칙에 부합한다”며 보유세 인상 의지를 밝혔어요.
문제는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민심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점입니다. 이에 여당에서는 공개된 자리에서 부동산 정책에 관한 발언을 아끼는 등 거리를 두는 모양새인데요.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여론을 살피고 있는 겁니다. 부동산 보유세가 올라가면 집값 안정이 안정될까요? 오늘 ‘에디터픽’에서는 부동산 보유세 논란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외국선 집값 잡은 ‘보유세’…한국선 약발 못 받는 까닭
부동산 보유세란 말 그대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있습니다. 재산세는 건축물, 선박, 항공기 등의 재산을 갖고 있는 소유자에게 부과되는데요.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지방세입니다. 종부세는 일정 금액 이상(1가구 1주택자 기준 공시가격 12억원)의 부동산을 갖고 있는 소유자에게 부과되는데요. 지방세인 재산세와 달리 종부세는 국세청이 부과하는 국세입니다.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까요? 외국의 경우엔 부동산 보유세는 집값을 잡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국제사회의 부동산 보유세 논의 방향과 거시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6개국에선 보유세 인상이 주택 가격 상승률 둔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가 1%포인트 오르면 실질주택가격 상승률은 1.15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부동산 보유세가 가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18년 ‘부동산 보유세의 세 부담 및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종부세 도입 논의 시점에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낮아졌지만, 도입 이후엔 아파트 가격 상승률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종부세는 부동산 가격 안정과 납세의 형평성을 위해 2005년부터 도입됐는데요. 종부세가 시행되기 시작한 2005년 전후에만 집값이 떨어졌다는 겁니다.
부동산 보유세는 왜 한국에서 효과가 없었을까요? 일단 ‘예외 조항’이 너무 많아서 세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국토연구원은 “종부세가 제도 도입 목적과 다르게 인별 합산 과세,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경감, 과세표준에 대한 공정시장가액비율 적용 등으로 세 부담을 낮추는 형태로 운영됐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를테면 종부세를 부과할 때 한 가족(1세대)이 집을 딱 한 채(1주택)만 갖고 있으면 과세표준(세금을 부과하는 데 기준이 되는 금액)에서 12억원을 공제해주고, 60세 이상 고령자면 추가 공제를 해주는 등 각종 공제가 적용되는데요. 이런 공제가 많을수록 세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죠.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을 때에도 세금의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2021년 ‘재산세·종부세의 역할 정립을 위한 보유세제 재설계 방향’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재산세율을 높이더라도,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세 부담 인상 효과를 상쇄할 만큼 크다면 주택 가치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하는데요. 쉽게 말해, 집값이 크게 오를 것이 기대되면 보유세가 오르더라도 집주인이 집을 팔지 않고 버틴다는 것이죠.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성동훈 기자 |
보유세 올린다면 ‘걷은 세금 어디 쓰느냐’가 중요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 억제 효과와는 별개로 불평등 완화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부동산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앞선 보고서에서 “국제사회는 불평등 완화를 위해 세제 측면에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한다”며 “일관적·지속적·체계적인 부동산 정책을 마련하되,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높이면서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를 낮추는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최근 10년간 부동산 등 자산 격차는 더욱 커졌다는 조사 결과도 왜 부동산 보유세 강화가 필요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26일 발표한 ‘다차원적 불평등지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은 다소 완화됐지만, 자산 불평등은 2018년 이후 꾸준히 확대됐다고 해요.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는 2011년 0.387에서 2023년 0.323으로 떨어졌지만,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2년 0.625에서 2017년 0.589로 낮아졌다가 2024년엔 0.616을 기록한 겁니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조세저항입니다. 전문가들은 세금을 걷어 어디에 쓸지 정부가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걷은 세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명확히 밝히고 명분에 맞게 과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예컨대 보유세를 강화해 이를 임대주택 건설에 쓰도록 세제를 설계하는 식으로 정부가 제대로 된 재정정책을 제시한다면 조세저항이 줄어들 수 있을 겁니다. 표와 지지율을 의식하면서 자산 불평등을 방치하는 것, 이는 정부의 직무유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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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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