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왼쪽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PA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관세협상의 핵심 쟁점인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와 관련해 “모든 주요 세부 사항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투자 방식, 투자금, 투자 일정, 손실 분담 및 이익 배분 방식 등이 모두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타결이 매우 임박해 있다”고 밝힌 것과 상반된 입장이다. 합의의 잠정 시한으로 간주됐던 한-미 정상회담(29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타결 여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시계 제로’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블룸버그 통신이 27일 공개한 인터뷰 기사에서 “미국은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겠지만, 그것이 한국에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논의가 계속되고 있고 약간의 견해차가 있지만 (타결) 지연이 꼭 실패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며 “인내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는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한국과 협상 타결이 매우 임박해 있다”고 말한 것과 전혀 다른 상황 인식을 드러낸다. 미국이 자신의 요구안 수용을 한국에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5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금 전부를 일본 정부가 조달하기로 한 미-일 합의에 경계심을 드러낸 뒤 “유럽연합(EU)이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한 방식을 통해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이날까지 확인된 대통령실 반응으로 미뤄 29일 정상회담에서도 관세 합의는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커 보인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도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관세협상이 진행되는 것으로 볼 때 이번에 바로 타결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동행 중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이날 전용기 안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매우 복잡한 협상이지만 (타결에는) 매우 근접했다고 본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29∼30일) 중 한-미 무역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즉흥적이고 승부사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기질상 협상에서 ‘톱다운식’의 극적 타결이 이뤄질 수도 있다. 지난 8월 정상회담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곳에선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글을 올리며 긴장을 고조시켰지만, 회담은 좋은 분위기 속에 마무리된 바 있다.
타결도 결렬도 아닌 ‘중간 수준’의 합의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 이미 합의가 이뤄진 안보 분야 합의문만 이번 회담에서 발표하고 관세·투자 분야 협상은 계속 이어가는 식이다. 실제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쪽 설명을 들어보면 국방비 증액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 안보 분야의 합의 문서 작업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는 안보 분야만 먼저 발표해도 괜찮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그렇게 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안보 이슈를 지렛대 삼아 통상 분야에서 더 많은 이익을 관철해온 미국의 협상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쿠알라룸푸르/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