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숙의 촉구
"악의 추정 조항, 취재원 보호 침해...
보도 및 제보 위축 효과 가져올 것"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한 더불어민주당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두고 언론 현업단체들이 연일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의 적용 기준과 대상이 모호해 언론의 권력 감시 보도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4단체는 27일 서울 중구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규제 대상이 되는 정보의 범위를 과도하게 확대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이 거론됐다. 또 '허위조작정보'를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조작 행위 여부가 아니라 타인을 해할 가능성, 즉 악의가 제시된 점도 논리적이지 않다고 짚었다.
징벌적 배상 대상을 특정하기 위해 '타인을 해할 의도'를 추정하는 8가지 기준을 제시한 데 대해서도 우려가 쏟아졌다. △법원의 명령에도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등이다. 이준형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취재원 비닉권(기자가 취재원 신원 등을 외부에 밝히지 않을 권리)과 언론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재영 한국PD연합회장도 "모든 제보는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나를 해할 의도'가 있는 것"이라면서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규정이 가져올 제보와 보도 위축효과가 심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악의 추정 조항, 취재원 보호 침해...
보도 및 제보 위축 효과 가져올 것"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27일 서울 중구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대한 언론4단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한 더불어민주당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두고 언론 현업단체들이 연일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의 적용 기준과 대상이 모호해 언론의 권력 감시 보도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4단체는 27일 서울 중구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규제 대상이 되는 정보의 범위를 과도하게 확대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이 거론됐다. 또 '허위조작정보'를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조작 행위 여부가 아니라 타인을 해할 가능성, 즉 악의가 제시된 점도 논리적이지 않다고 짚었다.
징벌적 배상 대상을 특정하기 위해 '타인을 해할 의도'를 추정하는 8가지 기준을 제시한 데 대해서도 우려가 쏟아졌다. △법원의 명령에도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등이다. 이준형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취재원 비닉권(기자가 취재원 신원 등을 외부에 밝히지 않을 권리)과 언론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재영 한국PD연합회장도 "모든 제보는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나를 해할 의도'가 있는 것"이라면서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규정이 가져올 제보와 보도 위축효과가 심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현업 단체장들이 27일 서울 중구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
권력자의 '입막음 소송'을 방지하는 장치로 '중간판결제'를 둔 것도 실효성이 없다고 봤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대기업은 자본력을 이용해 소송을 거는 것만으로 불리한 보도를 억제할 수 있다"며 "언론은 부당하더라도 비용을 들여 소송을 대비하고 지리한 법정 공방에 몰두해야 한다. 태풍 앞에 우산 쥐여준 격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10억 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한 조항 역시 언론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
허위조작정보 근절이라는 법 취지를 살리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언론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민주당은 연내 개정안 국회 통과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은 "민주당의 개정안 발표는 숙의 없는 속도전으로 이뤄졌다"며 "적용 대상이 모호하고 법의 균형성을 맞추지 못한 입법인 만큼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대부분 쟁점이 해소된 상태라는 민주당 관계자의 인터뷰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면서 "대통령령으로 미뤄놓을 것이 아니라 논의 초기에 법 적용 대상과 규제 범위부터 정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