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이상 위고비 처방 승인 나흘 만에
노보노디스크 청소년 비만 기자간담회
전문가 "약보다 생활습관 개선이 먼저"
승인 전부터 횡행한 미성년자 오남용에
제조사·의료계·정부 책임 있게 나서야
지난 23일 보건당국이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청소년도 투약할 수 있게 승인한 데 대해 긍정 평가와 오남용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승인 나흘 만에 제조사가 기자간담회까지 열고 청소년 비만 조기 치료 필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제조사와 의료계가 비만약 오남용을 막기 위해 더 책임 있게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위고비 제조사인 노보노디스크는 27일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 회의실에서 '청소년 비만 치료 로드맵'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해상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청소년 비만 환자의 약 8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져 조기 개입과 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중·고등 학생 비만율은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이 비율은 성별에 관계없이 동아시아 4개국 중 가장 높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약물치료가 필요한 일부 환자가 있다면서도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운동, 영양 등 생활습관을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한다"며 "개선에 실패한 경우, 큰 합병증에 걸릴 수 있어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물치료를 "최후의 보루"라고 표현했다.
노보노디스크 청소년 비만 기자간담회
전문가 "약보다 생활습관 개선이 먼저"
승인 전부터 횡행한 미성년자 오남용에
제조사·의료계·정부 책임 있게 나서야
2024년 10월 서울 강남구의 한 약국에서 직원이 입고된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
지난 23일 보건당국이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청소년도 투약할 수 있게 승인한 데 대해 긍정 평가와 오남용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승인 나흘 만에 제조사가 기자간담회까지 열고 청소년 비만 조기 치료 필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제조사와 의료계가 비만약 오남용을 막기 위해 더 책임 있게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생활습관 개선 실패한 경우 약물치료 고려"
위고비 제조사인 노보노디스크는 27일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 회의실에서 '청소년 비만 치료 로드맵'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해상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청소년 비만 환자의 약 8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져 조기 개입과 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중·고등 학생 비만율은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이 비율은 성별에 관계없이 동아시아 4개국 중 가장 높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약물치료가 필요한 일부 환자가 있다면서도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운동, 영양 등 생활습관을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한다"며 "개선에 실패한 경우, 큰 합병증에 걸릴 수 있어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물치료를 "최후의 보루"라고 표현했다.
27일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 회의실에서 노보노디스크가 '10년 새 약 2배 불어난 청소년 비만, 올바른 치료 로드맵은?'을 주제로 마련한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 제공 |
위고비 같은 비만치료제를 소아·청소년에게 투약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메스꺼움, 구토 등의 부작용에 대해선 "성인보다 부작용이 더 심하다는 증거는 현재로서 없다"(홍용희 순천향대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고 했다. 다만 홍 교수는 "모든 약물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기에 적극적으로 진료를 받고 약이 필요한지 아닌지 전문가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린이 투약도 버젓이... "관리·감독부터 철저히"
문제는 의료 현장에선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비만약의 '마구잡이식' 처방이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 투약 허가 이전인 8, 9월에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위고비가 600건 이상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고, 심지어 12세 미만 어린이와 임신부에게 처방된 사례도 있었다. 최근 국정감사에선 온라인 불법 유통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정부는 뒤늦게 비만약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되면 해당 약 포장에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는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앞뒤가 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민사회에선 청소년 허가 전부터 철저한 관리·감독 체계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칼로리 저감 식이요법 및 신체 활동 증대의 보조요법으로 위고비를 12세 이상 청소년에게 투여할 수 있도록 23일 승인했다. 투여 대상은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면서 체중이 60㎏을 초과하는 환자다. 식약처는 주 1회 2.4㎎ 또는 최대 용량으로 12주간 투여한 뒤 BMI가 5% 이상 감소하지 않으면 치료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