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
‘갭 투자’ 논란으로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사퇴하고 정치권에서 부동산 거래와 소유를 놓고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야가 지난 총선에서 약속한 부동산 백지신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위헌’ 가능성 논란이 있지만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관련 원칙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27일 성명을 통해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 논란에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불필요한 ‘내로남불’ 논란까지 일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약속한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제도화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도는 일정 범위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 등이 주거용 1주택을 제외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신탁하더라도 결국 매각하기 때문에 실거주용 이외 부동산 소유를 사실상 금지하는 취지다.
경실련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백지 신탁제에 대체로 긍정적 의견을 밝혔다. 경실련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원내 5개 정당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책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부동산 백지신탁제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들은 각각 단서를 달았다. 민주당은 “(현재 시행 중인 주식) 백지신탁제가 처분 위주의 제도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부동산에도 도입한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양당 간 면밀한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4월 경실련이 발표한 ‘20대 총선 정당정책 비교평가’ 자료 갈무리 |
2005년 고위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가 도입될 때 함께 논의된 부동산 백지 신탁제는 재권 침해 논란 등에 부닥치면서 도입이 막혔다.
2020년 신정훈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안’에는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등 재산 공개 대상자와 국토부 소속 공무원 등을 ‘부동산 매각 대상자’로 정하고, 이들의 실거주 부동산을 제외한 부동산을 신탁기관에 맡겨 180일 이내로 강제처분 하도록 했다.
당시 경기도지사이던 이 대통령은 이 법안을 두고 페이스북에서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라며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증식을 허용하면서 공정한 부동산 정책의 성공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21대 국회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022년 대선 후보 시절 부동산 백지신탁제도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 이 후보는 “고위공직자들은 필수부동산 외에는 주식처럼 백지신탁제도를 도입해 다 팔든지, 아니면 위탁해 강제매각하든지 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022년 2월14일 오전 서울 명동예술극장 앞 사거리에서 위기극복-국민통합 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부동산 백지신탁제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위헌’ 가능성이다. 앞서 2012년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의 주식 백지신탁 규정이 ‘합헌’이라고 밝히면서 백지신탁 대상으로 부동산을 포함하지 않은 데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했다. 헌재는 당시 부동산은 주식보다는 현금으로 바꾸기 어렵고, 주거 또는 영업 등 개인 생활과 직접 연관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위헌’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정연주 성신여대 법대 교수는 2021년 관련 논문에서 신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고위공직자가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으면 어떤 정책을 내놔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 법안은 정당화될 수 있다”라며 해당 법안이 헌법상 위헌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서휘원 경실련 정치입법팀장은 “집값이 오르는 시기마다 고위공직자의 재산 형성 과정이 논란이 되고 정책의 진성성을 의심하게 하므로 이해충돌 해소를 위해서 제도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세부 사항에 대해 논란이 있겠으나 고위공직자는 실거주 하지 않는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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