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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 슈퍼사이클 앞둔 K-반도체, ‘한철 장사’로 낭비하면 안된다

조선비즈 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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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 슈퍼사이클 앞둔 K-반도체, ‘한철 장사’로 낭비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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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불러온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 국면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한국 반도체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수요 부진에 대규모 적자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기회는 더없이 귀하다. 10년에 한 번 올 법한 기회라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에선 이번 슈퍼사이클을 과거처럼 일회성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으로 시장 구조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만들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만 TSMC가 호황기에 다수의 대형 고객사를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기 위해 칩 공급 플랫폼을 체계화·최적화한 것처럼 국내 메모리 기업들도 단품 판매업자가 아닌 ‘플랫폼 공급자’로 변화하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수의 투자은행, 시장조사업체, 증권사가 전망하는 슈퍼사이클 진입 시점은 올해 말이나 내년이다. JP모건은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바탕으로 2027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상승 국면을 전망했고, 모건스탠리 역시 AI 투자 열풍이 메모리 전반의 수요 부족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전망에 일본 메모리 회사인 키옥시아를 비롯해 대만 난야, 윈본드 등 변방의 메모리 기업들까지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이 없던 건 아니다. 2010년대 초 PC가 주력 매출처였던 메모리 기업들은 스마트폰 혁명과 함께 모바일 분야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기 시작했고, 이후 클라우드 확산에 따라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서 높은 수익성을 구가했다. 공급이 제한된 가운데 수요가 폭증하며 세계 전역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일어나 가격이 폭등했다. 회사 존폐마저 불투명하던 SK하이닉스를 다시 일으킨 기반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황에 따른 결과였다. 메모리 기업들이 기술 혁신을 통해 수요를 창출해 낸 것이 아니라, 새롭게 개화한 시장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급 불일치로 이득을 본 셈이다. 실제 호황 국면은 4~5년 새 시들었고, 수요 예측을 면밀히 하지 못한 업계 1위 삼성전자는 과잉 투자의 결과로 해마다 수십조원의 운영 비용을 대고 있다.

삼성 반도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도 초호황기를 보내는 방식에 있어 나름의 교훈을 얻었다”며 “과거에도 많은 기업이 호황기에 설비 과투자→공급 과잉→가격 붕괴라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계에서 가장 ‘체급’이 큰 만큼 투자한 설비 유지를 위한 비용도 막대하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인 기조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우위에도 불구하고 설비 투자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TC 본더와 같은 필수 장비 발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가 6세대 HBM(HBM4)부터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공급사를 3개 기업으로 다변화하면서 설비 투자 확대를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HBM 공급 과잉 우려를 의식하고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급 물량 제한뿐만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맞춤형’ 기술로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시황에 흔들리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전통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범용성이 가장 큰 장점이면서 단점이었다. 범용성은 다양한 고객사의 접근성을 높여주지만, 반대로 칩 공급 이후 사후 관리 등으로 지속성을 유지하기 힘든 관계라는 한계도 있다.

AI 열풍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는 HBM처럼 고객사와의 협업과 파트너십이 중요한 맞춤형 비즈니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범용 D램, 낸드플래시의 단품 사업을 해온 두 회사가 고객과 더 유기적이고 결속력이 높은 관계를 맺을 기회다. AI 메모리처럼 고도의 기술과 관리를 필요로 하는 사업 특성을 고려해 메모리·패키징·시스템 소프트웨어(드라이버, 메모리 관리)까지 아우르는 솔루션 통합 제공의 형태로 바꿀 기회로 삼아야 한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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