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히토 일왕(왼쪽 둘째)이 지난 21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 총리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교도통신 연합뉴스 |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 첫 방일 일정은 나루히토 일왕 예방으로 시작한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저녁께 일본에 도착해 나루히토 천황(일왕)과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30분께부터 도쿄 궁전을 찾아 나루히토 일왕과 20여분간 만남을 이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일본에 국빈 자격으로 방문했을 때 나루히토 일왕과 만난 적이 있다. 그해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은 이때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외국 정상과 첫 회담이었다. 나루히토 일왕은 궁중 만찬회에서 “오늘날 일·미 관계가 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적 노력 위에 세워졌음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며 “(양국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기를 마음 깊이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동맹을 소중히 여기는 미국 국민의 마음을 담아 이곳에 왔다”며 “미·일간 유대를 후손을 위해 지켜나가겠다”고 화답했다.
당시 두 사람은 나란히 검은 연미복에 나비 넥타이를 메고 통역없이 대화를 나누는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일본 왕실 사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할 때 상대방 손을 가볍게 두드리는 습관이 있어 나루히토 일왕에게 같은 결례를 하지 않을지 전전긍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이 일왕과 만날 당시 트럼프 대통령 모습을 “왕실에서 시종일관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고 표현할 만큼 예의를 갖췄다. 교도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각국 왕실에 대한 동경을 숨겨오지 않았다”며 “”부동산 재벌로 명성을 날리면서 대통령까지 오른 그였지만 왕가의 권위와 명예는 재력과 권력을 동원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왕은 다른 국가와 친선을 위한 공무의 하나로 외국 정상이나 왕족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한 뒤 7년여간 110회 가까운 외국 정상과 접견을 했다고 엔에이치케이(NHK)는 보도했다. 미국 정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지난 정부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도 2022년 만난 적이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7년만에 방일한 트럼프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경계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날 일본 경시청 경력 1만8천명을 트럼프 대통령 경호에 배치하기로 했다. 지난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와 같은 규모다. 이날부터 도쿄도 미나토구에 있는 미국 대사관 주변에서는 일반 차량에도 검문이 실시되는가 하면, 폭발물 탐지견도 출동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산케이신문은 “총기로 무장하고 중무장 테러를 진압한는 ‘긴급 초동대응 부대’(ERT)와 미확인 드론에 대처하는 부대도 배치돼 긴급 상황에 즉시 대응하도록 했다”며 “역대 미국 대통령 방일 때는 항상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가 취해져 왔으며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대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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