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상 했던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중국, 희토류 통제 1년 유예"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오사카(일본) AP=뉴시스 |
오는 30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양자 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와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100% 추가 부과를 두고 빚어졌던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한번 극적으로 봉합되는 분위기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각각 이끄는 양국 대표단이 26일까지 이틀 동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를 도출했다.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동행 중 허 부총리와 협상을 진행한 뒤 이날 미 NBC, ABC,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1년 동안 유예되고 미국의 대(對)중국 100% 추가 관세 부과도 시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 카운터파트인 (허리펑) 부총리와 함께 (무역 합의)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같은 날 "양국은 미국의 중국 해사·물류·조선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치와 상호 관세 중단 기간 연장, (합성 마약) 펜타닐 관세와 법 집행 협력, 농산물 무역, 수출 통제 등 양국이 함께 관심을 가진 중요 경제·무역 문제에 관해 솔직하고 심도 있으며 건설적인 협상을 했다"며 "각자의 우려를 해결하는 계획에 관해 기본적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의 인터뷰 발언과 중국 신화통신 보도를 종합하면 양국이 이달 들어 서로를 겨냥해 꺼내든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중국)와 대중국 100% 추가 관세(미국) 조치에서 모두 한발짝 물러서는 방향으로 사실상 합의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중 무역 협상 주요 쟁점. /그래픽=김현정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오는 30일 부산에서 진행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트럼프 집권 2기 첫 정상회담에서 확전을 피하는 합의가 최종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양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무역전쟁은 피하자는 데 공감대가 이뤄진 만큼 오는 11월10일 만료되는 초고율 관세 유예를 재연장하는 문제도 정상회담까지 남은 기간 동안 순조롭게 풀릴 여지가 높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정부 한 관계자는 "이번에 유예기간을 연장하면 기존 90일보다 더 긴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문제, 중국산 펜타닐(합성마약의 일종) 원료 밀수출 통제 강화 등 미국의 관심사와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이 된 중국 기업의 자회사까지 수출통제 대상으로 간주하는 문제를 비롯한 중국의 관심사에 대해서도 양측이 어느 정도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 농부들을 위한 대규모 농산물 구매에 대해서도 합의했다"며 "미국을 황폐화하는 펜타닐 원료물질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중국이 돕기로 했다"고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의 인기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투자자들이 인수하는 내용의 '틱톡 합의'와 관련해서도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며 "오늘 기준으로 모든 세부 사항이 조율됐고 두 정상이 오는 30일 한국에서 합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이 갈등 구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단 확전을 피하는 봉합에 타협한 것은 브레이크 없는 기싸움은 양쪽 모두에 파국이 될 수 있다는 이해가 일치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일격을 당한 뒤 호주, 일본 등과 손잡고 대체 공급선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지만 수년 안에 중국을 배제한 희토류 공급망을 완전하게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9년 1월까지인 트럼프 대통령 임기 안에 희토류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방도가 마땅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중국과의 초고율 관세 대결도 자칫 미국 내 물가상승을 자극할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부담이다.
중국도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이미 타격이 적잖은 상황에서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대미(對美) 수출이 전면 차단되면서 경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북한 등과 함께 미국에 대항하는 국제 전선을 강화하려 하고 있지만 첨단기술 경쟁에서 미국과의 격차가 상당한 상황에서 미국이 기술 통제를 확대할 빌미를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이번 확전 자제 합의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왼쪽)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양국의 제5차 고위급 무역회담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양측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및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마약 펜타닐 등의 의제를 논의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주 한국을 찾아 양국의 무역 협상에도 참여한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 AP=뉴시스 |
한편 미중이 갈등 봉합 수순에 들어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무역협상의 최대 쟁점인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방안 등을 두고 압박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은 미중 정상회담 하루 전인 오는 29일 열린다.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을 위한 전용기에 올라 한국과의 무역합의 관련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내 생각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온 것 같다"며 "한국 측이 준비를 마쳤다면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 나는 준비됐다"고 말했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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