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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도 치매진단키트 허가, 미소짓는 피플바이오

이데일리 석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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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도 치매진단키트 허가, 미소짓는 피플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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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5년10월21일 07시25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병 진단키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지난 5월 일본 후지레비오 제품에 이은 두 번째 승인으로,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 진단 체계의 표준화가 본격화 됐다는 평가다. 국내에서 혈액 기반 진단 검사를 상용화한 피플바이오(304840)에도 우호적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피플바이오의 ‘알츠온’. (이미지=피플바이오)

피플바이오의 ‘알츠온’. (이미지=피플바이오)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로슈는 13일(현지시간) 일라이릴리와 공동 개발한 ‘일렉시스(Elecsys) pTau181’ 검사가 FDA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았다. 이 제품은 인지 기능 저하를 호소하는 환자 중 알츠하이머병 관련 병리를 배제하기 위한 1차 진단(Primary care) 용도로 설계됐다. 혈액 속 인산화 타우 단백질(pTau181) 농도를 측정해, 알츠하이머병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구분해내는 방식이다.

일렉시스가 본격 판매될 경우 앞서 승인받은 후지레비오의 ‘루미펄스(Lumipulse)’와 사실상 경쟁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후지레비오가 알츠하이머병 가능성이 ‘있다’는 환자 선별에 초점을 맞췄다면 로슈는 반대로 ‘없다’는 환자를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로슈는 3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혈장 내 pTau181 농도를 측정한 결과 97.9%의 음성예측도(NPV)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지 저하를 호소하는 환자 중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이 아닌 사람을 가려내는 정확도가 98%에 달한다는 의미다.

반면 루미펄스는 pTau217과 아밀로이드베타(Aβ42)의 비율을 측정해 알츠하이머병 가능성을 판정하며, 임상시험(499명)에서 양성예측도(PPV) 92%, 음성예측도(NPV) 97%를 각각 나타냈다.

FDA 제품은 ‘확진’, 알츠온은 ‘조기 탐지’에 방점

이런 가운데 피플바이오의 ‘알츠온(AlzOn)’은 앞선 두 제품보다 훨씬 이른, 즉 발병 전(前) 단계의 변화를 포착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알츠온은 로슈와 후지레비오가 탐지하는 인산화 타우 단백질(pTau)보다 더 앞선 시점에서 형성되는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의 응집(올리고머화) 변화를 포착한다.


이는 병이 시작되기 수년 전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포착하는 방식으로, 인지 기능 저하 이전 단계에서 알츠하이머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루미펄스나 일렉시스가 이미 증상이 나타난 환자를 선별·확진하는 단계라면, 알츠온은 증상 발현 수년 전 위험도를 보는 ‘조기 탐지형 진단’으로 분류할 수 있다.

알츠온도 美 진출 준비 중

그동안 알츠하이머병 진단은 주로 양전자단층촬영(PET)이나 뇌척수액(CSF) 분석을 통해 이뤄져왔다. 하지만 PET는 건당 수백만 원에 달하고 CSF 검사는 환자의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번 로슈와 후지레비오의 FDA 승인은 이러한 기존 검사 방식이 혈액 기반 진단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공식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인 피플바이오는 이번 승인을 계기로 허가 절차 단축과 임상 설계 효율화 측면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성민 피플바이오 대표는 “로슈가 탐지하는 단백질 pTau181은 후지레비오가 탐지하는 pTau217보다 늦게 발현되고 진단율 면에서도 후발이지만, 로슈는 이를 특이도 측면에서 차별화하려는 전략”이라며 “혈액 진단 기술이 단계별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전체에는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재무적 여건이 정리되는 대로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피플바이오의 알츠온은 국내 식약처 허가(2018년), 유럽 CE 인증(2020년), 신의료기술 인증(2021년)을 모두 확보한 상태다.

최근 2년 간 바이오젠·에자이의 ‘레켐비’, 일라이릴리의 ‘키순라’ 등 치료제가 연이어 승인되면서 조기 진단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혈액 기반 검사가 비용 부담과 접근성 한계를 동시에 해소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데이터인사이트에 따르면 혈액 기반 조기진단 시장은 올해 약 4500만달러(약 600억원) 규모에서 2033년까지 연평균 18%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