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페라단 40주년 오페라 '아이다'…"삶·죽음 대하는 우리의 모습"

21일 서울시오페라단 '아이다' 제작발표회
내달 13~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서 공연

[서울=뉴시스]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 창단 40주년 기념 '아이다' 제작발표회에서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예술감독 겸 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공간과 또 죽음을 향해서 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들을 오페라에 대입시켜보고 싶었습니다."

이회수 연출은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 창단 40주년 기념 '아이다(Aida)' 제작발표회에서 "고대 이집트의 운명적 사랑을 동서양을 관통하는 정서적 서사로 풀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베르디의 걸작 오페라 '아이다'는 1869년 이집트 수에즈 운하 개통을 기념해 기획됐으며, 1871년 이집트 카이로 왕립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됐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창단 40주년을 맞아 '아이다'를 오는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이회수 연출은 "전통성이 동시대성과 어우러질 때 새로운 예술의 가치가 형성된다. 동시대성은 오페라에서 포르테와 피아노, 밝음과 어두움, 개인과 집단에 대한 이분법적인 그런 갈등과 화해를 표현하고 있다"며 "나일강에서 해가 뜨는 동쪽은 삶을 나타내는 공간이었고, 해가 지는 서쪽은 죽음을 나타내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집트인들은 그것을 인간이 삶에서 죽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동쪽이라 가장 밝은 것이 아니고, 서쪽이라고 가장 어두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아이다'의 백미가 되는 장면인 2막 개선행진을 언급하면서 "개선 행진곡이 가장 밝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라다메스와 아이다가 죽음으로 가는 서쪽의 공간이 가장 어두운 것이냐? 그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빛의 어떤 색감이 다른 공간으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 창단 40주년 기념 '아이다' 제작발표회에서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예술감독 겸 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그러면서 "우리가 죽음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문 안이나 문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 강을 건너는 것과 건너지 않는, 그 강의 동쪽과 서쪽을 우리가 알지 못할 뿐이지 그것이 가장 어둡다거나 무서운 것은 아니다"며 "우리가 바쁜 삶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한 번쯤은 돌아볼 수 있는 그런 문제를 가진 동시대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무대에는 세계 각국에서 활약 중인 정상급 성악가들이 총출동한다. 아이다 역에는 소프라노 임세경과 조선형, 라다메스 역에는 테너 신상근과 국윤종, 암네리스 역에는 메조소프라노 양송미와 김세린, 아모나스로 역에는 바리톤 유동직과 양준모가 출연한다. 연출은 지난해 대전예술의전당 '운명의 힘'으로 호평을 받은 이회수가 맡았다.

'아이다'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 포로가 된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 그리고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 세 인물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다. 조국에 대한 의무와 개인적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라다메스, 사랑과 정체성 사이에서 고뇌하는 아이다, 질투와 사랑으로 괴로워하는 암네리스의 이야기는 정치적·개인적 갈등 속에서 파국으로 치닫는다. 라다메스가 반역자로 몰려 생매장형을 선고받고, 아이다가 그와 함께 죽음을 선택하는 결말은 사랑과 권력, 운명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비극적으로 드러낸다.

아이다 역에는 2015년 한국인 성악가 최초로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주역을 맡고, 국내외 100회 이상의 아이다 역을 소화하며 최고의 리릭 스핀토 소프라노로 자리 잡은 임세경과 스페인 빌바오, 이탈리아 파르마 콩쿠르 1위를 수상하고 유럽 무대에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조선형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뉴시스]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 창단 40주년 기념 '아이다' 제작발표회에서 이회수 연출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임세경은 2014년에도 서울시오페라단의 '아이다'에 주인공 아이다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임세경은 "오페라라는 종합예술의 최극치라고 생각한다.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10년 동안 해마다 개장 오페라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고, 제가 동양인으로서 아이다를 아레나에서 공연할 때도 그런 자부심이 있다"며 "세종문화회관 무대는 그 울림과 웅장함이 아레나에서 하는 것처럼 소리를 풀어내지 않으면 힘든 곳이기에 열심히 연습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오페라를 모르는 분들도 아이다의 개선행진곡이나 유명한 아리아들 다 알고 계시기에 아이다가 유명한 이유는 굳이 말 안해도 된다. 아이다의 장점은 밤새워 얘기해도 부족하다"며 웃었다.

라다메스 역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에 동양인 최초 로미오 역으로 출연하며 뉴욕타임즈의 극찬을 받은 테너 신상근과 스위스 제네바 콩쿠르, 프랑스 마르세이유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활약 중인 테너 국윤종이 함께한다.

[서울=뉴시스]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 창단 40주년 기념 '아이다' 제작발표회에서 소프라노 임세경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암네리스 역에는 한국인 메조소프라노 최초로 빈 국립오페라 극장에 데뷔하고 스페인 비냐스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양송미와 다수 국제콩쿠르 입상을 바탕으로 유럽과 미국 무대에서 활동 중인 메조소프라노 김세린이 출연한다.

아모나스로 역에는 스페인 빌바오, 비냐스 콩쿠르 우승을 거머쥐고 유럽 주요극장에서 활약한 바리톤 유동직과 독일 뮌헨 ARD 국제콩쿠르 1위와 청중상을 수상하며 국내외 무대를 종횡무진 활약하는 바리톤 양준모가 출연한다.

이번 공연은 원작의 고전적 아름다움을 충실히 재현하는 동시에, 200여 명의 대규모 출연진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를 활용해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국가대표급 성악가들과 100여명의 합창단원들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예술감독 겸 단장은 "11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무대는 새로운 해석보단 원작의 정신과 감동을 진정성 있게 전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서울시오페라단의 지난 40년이 한국 오페라의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아이다는 그 역사를 이어 미래를 향하는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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