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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 특수합금 기술…세아창원특수강, 우주항공·방산 국산화 선도[르포]

이데일리 김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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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 특수합금 기술…세아창원특수강, 우주항공·방산 국산화 선도[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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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창원특수강, K방산 수출 전초기지로 ‘우뚝’
K-9 선재·함정·우주항공기 엔진 등 핵심부품 소재
美 텍사스에 특수합금 생산하며 글로벌시장 공략
항공부품 수입 대체효과도…“매출 20% 확대 목표”
[창원=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지난 20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위치한 세아창원특수강 공장은 마치 전시 체제를 맞은 군수공장과 같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900도 이상 고온에서 수직 열처리돼 특수합금으로 변한 시뻘건 쇠기둥을 물탱크에 넣고 급속 냉각시키자 새하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며 물 폭탄이 주변으로 확 터져나왔다. 국내 방산제품인 K-9 자주포, K-2 전차 등에서 포탄을 발사하는 선재를 더욱 고강도 만들기 위한 공정이다. 이미 터키, 폴란드, 호주 등으로 수출이 점차 확대되는 이들 제품 외에도 함정, 발칸포, 박격포, K1A1 전차 등에 쓰이는 합금소재를 생산하는 작업도 쉴새 없이 이뤄지며 공장 안은 기계음으로 가득 찼다.

특수제강공장 오상훈 팀장은 “K방산 수출이 증가하면서 방산업체에 납품하는 특수합금 소재 물량도 작년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포신 제품을 약900도까지 가열해서 물로 상온까지 냉각하는 퀜칭 열처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포신 제품을 약900도까지 가열해서 물로 상온까지 냉각하는 퀜칭 열처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0년만에 사업 본궤도…초내열합금 기술 최초 개발


세아홀딩스 계열사인 세아창원특수강이 우주항공·방산 시장 공략을 위해 특수합금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16년부터다. 기존 주력하던 플랜트, 조선, 중장비 등 전통산업 핵심 소재인 스테인리스와 공구강을 넘어 미래 먹거리인 우주항공·방산 분야에 주력한 결과 10년도 안돼 이제 사업은 본궤도에 오를 채비를 마쳤다.

이런 자신감은 기술력에서 나온다. 지난 2년간 특수합금 소재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약 80%나 늘리며 집중한 결과 1650도에서 금속 내구성과 내열성을 유지할 수 잇는 초내열합금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초내열합금은 니켈, 코발트 등을 주원료로 해 극한의 온도와 압력에 견디는 우주·항공기 엔진, 발전용 가스터빈 등의 핵심 부품 소재로 활용된다. 전체 초내열합금 수요 중 약 50%가 우주·항공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날 특수합금 제조 현장에선 철강 생산의 기본이 되는 금속덩어리 형태인 잉곳을 생산하기 위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ESR(전기슬래그재용해로), VAR(진공아크재용해로)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를 통해 청정도를 높이고, 치밀한 응고조직 및 균질한 조직의 특수합금이 만들어졌다.

단조 프레스로 형상을 성형하기 위해 약 1100도로 달궈진 특수강 소재들이 가열로에서 이동되고 있다.

단조 프레스로 형상을 성형하기 위해 약 1100도로 달궈진 특수강 소재들이 가열로에서 이동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잉곳과 용해된 용강을 굳혀 만든 직사각형 형태의 블룸 반제품 등은 가열과 열처리, 프레스 압력을 통해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하는 가공을 하는 단조 공정을 거친다. 아직 채 열이 가시지 않은 빨간 막대기 바 모양의 반제품 강재를 매니플레이터가 아래위로 수차례 찍어누르자 점차 모양을 갖춰나갔다. 상하·좌우 네 방향에서 압력으로 찍어누르는 방사형단조(RFM)는 더욱 정밀하고 우수한 내질이 소재 개발이 가능하다. 현장 관계자는 “기존 2200T 단조설비를 2027년까지 5000t급으로 교체할 예정”이라며 “기존 보유한 9000t급 2단조 공장과 2800t급 RFM 단조 설비와 함께 다양한 특수합금 제품 포트폴리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6월 美공장 본격 가동…“글로벌 공급망 거점 역할”

이제 세아창원특수강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총 2130억 원을 투자해 미국 텍사스에 건설 중인 특수합금 전용 생산법인 세아슈퍼알로이테크놀로지가 그 시작이다.

이 공장을 통해 특수합금 단조품 및 압연 환봉과 같은 장제품(Long product)에서 주조용 모합금과 파우더에 이르는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춰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계획이다. 창원공장이 고난도 신소재 개발과 초도 양산을 담당하는 R&D 및 기술 허브의 역할을 한다면, 세아슈퍼알로이테크놀로지는 세계 최대 우주항공·방산 산업의 메카인 북미에서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는 자생력을 확보하고, 신규 수요처 및 글로벌 고객사 발굴, 현지 핵심 공급망 진입을 위한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

우주항공,방산 소재로 사용되는 특수합금 소재의 고청정도를 위해 불순물을 재차 걸러내는 ESR 공정이 진행중이다.

우주항공,방산 소재로 사용되는 특수합금 소재의 고청정도를 위해 불순물을 재차 걸러내는 ESR 공정이 진행중이다.


실제로 국내 항공 부품 산업의 경우, 핵심 소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부품·장비 업체들은 수개월이 걸리는 긴 납기와 최소 주문 수량 요구에 따른 원가 부담 등으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을 지닌 대한민국이 유독 우주항공·방산 산업의 부품·장비 분야에서는 빛을 발휘하지 못했던 이유다. 특수합금 소재 국산화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해소해 국내 부품·장비 업체들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입찰 경쟁력 강화, 투자 활성화를 이끄는 선순환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아창원특수강 기술연구소 채민석 연구소장은 “글로벌 우주항공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항공우주 ·방위사업용 금속 솔루션을 제공하는 우주항공 소재 3대 기업이 케파를 늘리려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모합급 기술을 레버리지해서 국내에서 신속히 개발, 수입 대체효과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 소장은 이어 “우주항공·방산용 특수합금 및 타이타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매출 비중의 3% 수준이나, 2030년에는 약 20% 수준으로 전략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수제강 공정을 통해 생산된 특수합금 소재가 품질 검사를 위해 적재되어 있다.

특수제강 공정을 통해 생산된 특수합금 소재가 품질 검사를 위해 적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