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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게 해줄게” 범죄 조직에 속아 지옥에 갇힌 사람들…‘시민덕희’·‘모범택시’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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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게 해줄게” 범죄 조직에 속아 지옥에 갇힌 사람들…‘시민덕희’·‘모범택시’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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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민덕희’의 한 장면.

영화 ‘시민덕희’의 한 장면.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 감금 사건의 사회적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다국적 범죄 조직의 실화 사건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 등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들 작품에선 중국과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등지에 본부를 둔 대형 범죄 조직이 취업과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한국인 청년들을 유인 감금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잔혹한 범죄가 생생하게 묘사된다.

2024년 개봉한 <시민덕희>는 2016년 경기도 화성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본부를 직접 추적한 세탁소 주인 ‘덕희’의 추격전을 다룬 영화다. 화재로 집과 일터를 잃고 공장 락커룸에서 아이들을 재우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싱글맘 덕희(라미란)는 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 범죄에 전재산을 잃고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에 분노해 스스로 수사에 나선다.

영화 ‘시민덕희’의 한 장면.

영화 ‘시민덕희’의 한 장면.


범죄의 또다른 피해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감금되어 있는 ‘재민’(공명)이다. 대학생 재민은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속아 중국 칭다오로 건너갔지만 현지 조직에 납치 감금된 채 보이스피싱 범죄에 내몰린다. 재민은 한국에 있는 가족의 목숨까지 위협당하는 상황에 내몰리자 자신이 사기를 친 덕희에게 목숨을 건 구조 요청하게 된다. “경찰에 신고 좀 해주세요. 정말로 나가고 싶어요”

영화는 이른바 ‘콜센터’의 열악한 환경과 가혹행위를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조직원들은 야구 방망이를 들고 다니며 피해자들을 감독하고 수시로 구타한다. 공항에서 콜센터로 옮겨진 피해자들은 여권과 핸드폰을 빼앗기고 옷벗긴 채 동영상을 찍는다. “도망치면 우리 가족들이 대가를 치를 것이고···”. 한 피해자는 도망치려다 구타당한 끝에 사망한다. 약에 중독돼 폐인이 된 피해자도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은 중국 내에만 몇개의 콜센터를 관리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범죄 조직에 속아 범죄로 내몰린 청년들의 모습을 통해 청년 실업 등 사회 현실도 드러난다. 실제 영화에서 총책은 도주하려다 잡힌 청년을 구타하며 “빌빌거리는 새끼를 내가 밥먹이고 재워···”라고 한다.

영화 ‘시민덕희’의 한 장면.

영화 ‘시민덕희’의 한 장면.


2023년 방송된 SBS 드라마 <모범택시2>에서도 해외 취업을 미끼로 청년들을 유인, 감금하는 해외 범죄 집단이 등장한다. 단순 경력만으로도 취업 통보를 받고 필리핀에 도착한 피해자들은 감금과 구타, 수시 검사 등 열악한 환경에서 불법 도박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강요받는다. 감옥에 갇혀 매일 노예 노동을 하는 피해자들은 철통 보안장치로 둘러싸인 지옥을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다.


드라마 ‘모범택시2’의 한 장면. SBSi 제공

드라마 ‘모범택시2’의 한 장면. SBSi 제공


해외 범죄 조직의 인신매매 실상을 다룬 이 에피소드는 2010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 일당에게 감금돼 고문을 받다 숨진 IT 개발자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실제 보이스피싱과 불법도박 조직이 동남아를 거점으로 인력을 유인, 착취하는 구조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 <보이스> 포스터. CJ ENM 제공

영화 <보이스> 포스터. CJ ENM 제공


2021년 개봉한 영화 <보이스>도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피해자 ‘서준’(변요한)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 선양의 조직 본거지에 잠입해 총책 ‘곽프로’(김무열)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2022년 1200만 관객을 불러모은 영화 <범죄도시2>는 재외 한국인 연쇄살인범 검거 과정을 다루는데, 필리핀 연쇄 납치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영화·드라마가 이같은 범죄를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캄보디아 사태가 크게 불거진 것은 경찰 등 당국의 대응이 부실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같은 작품들은 제보와 증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제도적 보상과 피해 복구가 더딘 현실을 동시에 폭로한다.


<보이스>의 김곡·김선 감독은 개봉 당시 기자회견에서 “보이스피싱에 경각심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범죄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 범죄에 맞서는 영화이길 소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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