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쉴더스 전경./SK쉴더스 제공 |
SK쉴더스의 경영권을 보유한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가 3조3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refinancing·차환)을 최근 완료했다. 이번 리파이낸싱으로 SK쉴더스의 금융 비용이 연간 500억원 이상 줄어들 예정이지만, 회사 부채가 증가해 재무 부담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리파이낸싱은 EQT가 지난 2023년 SK쉴더스 경영권을 사들이면서 사용했던 인수금융(기업을 사고팔 때 활용하는 대출) 구조를 재조정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리파이낸싱이란 기존에 빌린 자금을 새로 조달한 자금으로 상환해 대출 조건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2~3년 전 고금리 시기와 비교해 현재 대출금리가 낮기 때문에 리파이낸싱을 통해 이자 비용을 줄이고 재무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앞서 EQT는 지난 2023년 SK스퀘어와 맥쿼리자산운용으로부터 SK쉴더스 지분 68%를 인수할 때 KB증권을 통해 2조35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5년 만기로 조달했다. 인수금융 차입 주체는 SK쉴더스 경영권 매각을 위해 EQT(68%)와 SK스퀘어(32%)가 공동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였으며, 금리는 연 7% 중반이었다.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는 SK쉴더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인수금융 차주가 SPC인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에서 SK쉴더스로 바뀌면서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게 됐다. SK쉴더스는 이번 리파이낸싱을 통해 기존 7%대였던 금리를 5%대 수준으로 내리고 연간 약 550억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상환 주체 전환에 따라 대규모 차입금이 SK쉴더스 장기부채로 인식되면서 부채비율이 치솟았다. 올 상반기 기준 SK쉴더스의 부채비율은 873%로, 1년 전의 약 32%과 비교해 크게 뛰었다. SK쉴더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채총계는 3조2862억원으로 1년 사이 280% 이상 증가했다. 재무구조는 실질적 무차입구조에서 순차입금이 2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SK쉴더스의 부채가 급증하면서 일각에서는 리파이낸싱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가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7월 SK쉴더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로 유지했지만,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SK쉴더스의 자체 재무부담 확대가 리파이낸싱을 통한 금융비용 절감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예찬 한기평 연구원은 “SK쉴더스는 지난 5월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계약을 금융기관과 체결했고, 이후 2조4000억원을 모회사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에 중간배당으로 지급했다”며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는 해당 재원으로 기존 인수금융 원리금을 전액 상환했고, 인수금융 상환주체가 SK쉴더스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발생한 재무부담은 신규 수주와 사업활동, 영업자금 조달, 투자 등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손민균 |
한기평은 EQT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기대했던 사업기반 강화 효과도 예상보다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EQT 산하 글로벌 보안서비스 관련 기업들과의 시너지 창출 효과가 미미한 가운데 글로벌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과 경쟁으로 SK쉴더스의 해외 매출 비중은 5% 내외로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SK쉴더스 관계자는 “차입금 상환 계획이 다 마련돼 있는 데다, 매년 10% 이상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성장률을 기록하고 잉여 현금흐름이 증가하고 있어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SK쉴더스는 연간 1700억원에 육박했던 이자 비용을 줄여 신규 투자와 연구개발(R&D)에 사용해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향후 비대면·자동화 수요 증가에 따른 인공지능(AI) 기반 무인화 상품을 다각화하고 선제적 지능형 위협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한 침해사고 대응 방지 서비스를 출시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나가겠다”고 했다.
SK쉴더스는 물리보안 브랜드 ADT캡스와 SK인포섹의 합병으로 2021년 탄생한 회사다. 올 상반기 SK쉴더스의 매출은 1조4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9% 늘었다. 반기 기준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542억원으로 같은 기간 12.1% 줄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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