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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않은 질문과 대답 적혀… 특검, 조서 조작했다”

조선일보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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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않은 질문과 대답 적혀… 특검, 조서 조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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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양평 공무원 변호사 회견
‘김건희 특검’의 조사를 받은 뒤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양평군 공무원 측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특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경호(오른쪽) 변호사가 숨진 공무원이 남긴 자필 메모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 변호사는 “특검이 강압 수사한 정황이 있다”며 “고인의 피의자 신문 조서에 묻지도 않은 질문과 대답이 적혀 있었다”고 주장했다./장경식 기자

‘김건희 특검’의 조사를 받은 뒤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양평군 공무원 측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특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경호(오른쪽) 변호사가 숨진 공무원이 남긴 자필 메모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 변호사는 “특검이 강압 수사한 정황이 있다”며 “고인의 피의자 신문 조서에 묻지도 않은 질문과 대답이 적혀 있었다”고 주장했다./장경식 기자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으로 민중기 특검팀 조사를 받고 지난 10일 숨진 채 발견된 양평군청 공무원 A씨의 변호인이 “고인의 피의자 신문 조서에 묻지도 않은 질문과 대답이 적혀 있었다”며 특검의 강압 수사 정황을 14일 공개했다.

A씨의 변호인인 박경호 변호사는 이날 서울 광화문 특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0~50쪽 분량의 피의자 신문 조서 중 마지막 2쪽에 특검의 강요에 의한 진술과 특검이 임의로 적은 허위 진술이 적혔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A씨가 박 변호사와 면담하며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고인은 ‘특검 수사관이 다른 관련자의 진술 내용을 그대로 따다가 ‘예’라고 타자를 쳐놓고 그대로 말하라고 요구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조서에 “군청 내부 전화로 군수가 전화가 와서 ‘잘 봐줘, 잘 처리해달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변한 부분이 있는데, 이에 대해 A씨는 “사실과 다른 허위 진술이다. 하도 힘들어서 그렇게 조서가 작성돼 있는데도 고치자고 못 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당시 양평군수는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또 “군수가 ‘시행사 서류가 오면 그대로 해주라’고 했는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것으로 돼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A씨는 “그런 질문이 오간 적 없고 답변도 안 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특검이 김선교 의원을 타깃으로 개발 부담금 16억원을 부당하게 면제해 줬다는 답을 정해 놓고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억 안 난다고 하면 사실대로 말하라 하고, 사실대로 말하면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고. 고인이 얼마나 모멸감을 느꼈겠느냐”고 했다.

이 사건은 김건희 여사의 가족 기업이 양평군 공흥리 일대 개발 사업을 하면서 양평군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특검은 김 의원이 관련돼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지난 3일 새벽 특검 조사 후 작성한 1쪽짜리 자필 메모에 ‘김 의원은 잘못도 없는데 계속 (특검이) 회유하고 지목하라 한다’고 적었다.

박 변호사는 A씨 외에 다른 관련자들을 상대로도 특검이 강압 수사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A씨를 면담한 후 특검 조사를 받았던 정모 주무관과 퇴직한 박모 과장에게 연락했고 무리한 수사가 진행되는 걸 확인했다”며 “열댓 명의 이름을 적은 명단을 준 뒤 ‘이 중에서 청탁한 사람을 골라라’라며 지목하게 한 뒤 그 사람이 부탁을 한 것처럼 강요하는 식이었다고 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A씨 피의자 신문 조서 등을 검토한 후 특검 관계자들을 직권남용 및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특검 측은 “A씨 조사 과정에서 강압이나 회유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현재 감찰에 준하는 경위 조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했다. 불법 심야 조사 의혹에 대해서도 “별도의 심야 조사 동의서를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수사 과정 확인서에 심야 조사 동의가 기재돼 있고 서명도 날인돼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A씨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A씨의 21쪽 분량 유서는 A씨가 지난 2일 특검 조사를 받은 뒤부터 9일까지 작성된 것”이라며 “전날 필적 감정을 맡기기 전 유서 사본을 유족에게 제공했다. (유서 공개가 늦은 점 등) 초기 대응이 다소 미흡했던 점은 인정한다”고 했다.

이날 오전 양평군청에서는 A씨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전진선 양평군수와 김선교 의원, A씨 동료 공무원, A씨가 면장으로 있던 단월면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애도했다. 전 군수는 영결사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당신을 기억하며 바로잡겠다”며 “고인의 명예 회복과 양평군 공직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고인의 영정 앞에서 약속한다”고 했다. 양평군 공무원 노조도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건은 특검 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심리적 압박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음에도 특검은 강압적 조사 사실을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고인이 생전 제기한 강압적 조사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라”고 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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