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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로 시작된 전쟁… 하마스, 마지막 인질 20명 모두 송환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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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로 시작된 전쟁… 하마스, 마지막 인질 20명 모두 송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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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평화구상 1단계’ 이행
하마스, 이스라엘 마지막 인질 송환/AP·AFP 연합뉴스

하마스, 이스라엘 마지막 인질 송환/AP·AFP 연합뉴스


“세상에, 내 생명 같은 아들이 살아 돌아왔구나!”

13일 낮 이스라엘 남부 레임의 이스라엘군 기지 면회소. 납치된 지 2년 만에 아들과 재회한 어머니는 아들을 꼭 껴안고 울먹였다. 2년 만에 다시 어머니를 만난 아들 마탄 장가우케르(24)는 눈에 띄게 야윈 모습에도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어머니를 끌어안았다. 바로 옆 방에서는 다른 인질 에이탄 모르(25)가 어머니와 아버지를 상봉했다. 아들을 기다리는 동안 10년은 더 늙어버린 듯한 아버지는 수척한 아들을 부여안고 흐느끼며 연신 양볼에 입을 맞췄다.

13일 오전 가자지구에 억류되어 있던 마지막 이스라엘 인질 20명이 모두 송환됐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인질 250여 명을 납치한 지 2년 7일, 738일 만이다. 이스라엘군이 “인질들이 우리 손에 넘어왔다”고 발표하자 텔아비브 미술관 앞 ‘인질 광장’에 모여 있던 군중 수천 명도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스라엘과 미국 국기가 휘날리는 가운데 곳곳에서 “트럼프 고마워요(Thank you Trump)!”라는 외침이 쏟아졌다.

남은 인질 전원 송환은 지난 9일 타결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 평화 구상’ 1단계 합의에 따른 조치다. 트럼프는 이날 이스라엘 의회를 찾아 “오늘 전쟁이 끝나고, 새 중동을 여는 역사적 새벽이 밝았다”며 “테러리스트에 대한 승리를 중동 전체의 평화와 번영으로 바꿔야 한다”고 연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이스라엘 의회의사당에 입장하자 아미르 오하나 의장 등의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이스라엘 의회의사당에 입장하자 아미르 오하나 의장 등의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다./로이터 연합뉴스


◇“잃어버린 양들 돌아왔다, 생큐 트럼프“… 도심 광장은 눈물바다

하마스는 이날 오전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생존 인질 20명을 가자 북부와 남부 두 곳에서 국제 적십자위원회에 인계했다. 인계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인질들은 적십자 차량을 타고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 주둔지로 우선 이동한 뒤, 현장에서 신원을 확인했다. 이들은 이후 헬리콥터를 타고 이스라엘 남부 가자 국경 인근 레임의 군 기지로 다시 이동, 이곳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과 상봉했다.

이스라엘 시민들과 인질 가족들은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인질 석방을 축하했다. 히브리 전통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는 이들, “암 이스라엘 하이(이스라엘 민족은 살아 있다)”를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이스라엘 매체들은 “잃어버린 양들이 돌아왔다”며 “나라 전체가 축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인질 석방을 이끌어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날 예루살렘의 의회 건물에 들어서자 의원들과 방청객 수백 명이 일제히 일어나 2분 30초간 기립박수를 쳤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아미르 오하나 의장이 트럼프에게 감사 연설을 했을 때에도 20회 이상 기립박수가 나왔다. 오하나 의장은 트럼프에게 “당신은 이스라엘이 앞으로 수천 년간 기억할 거인이 됐다”며 2500년 전 바빌론의 유대인 포로들을 해방시킨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에 비견했다. 네타냐후는 “진정한 평화의 대통령인 당신을 내년 노벨 평화상에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길고 고통스러운 악몽이 드디어 끝났다”며 “이란에도 우정과 협력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모두 가족의 품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한 13일, 자유를 얻은 양측 사람들이 가족과 재회하고 있다. 2023년 10월 가자지구에서 억류됐다가 석방된 이스라엘인 옴리 미란(위쪽 사진 오른쪽 인물),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에서 붙잡힌 팔레스타인 남성(아래쪽 사진 오른쪽 인물)이 각각 가족의 품에 안기는 모습./AFP 연합뉴스

모두 가족의 품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한 13일, 자유를 얻은 양측 사람들이 가족과 재회하고 있다. 2023년 10월 가자지구에서 억류됐다가 석방된 이스라엘인 옴리 미란(위쪽 사진 오른쪽 인물),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에서 붙잡힌 팔레스타인 남성(아래쪽 사진 오른쪽 인물)이 각각 가족의 품에 안기는 모습./AFP 연합뉴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 등 가자지구 무장 단체들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50여 명을 납치해 갔다. 이 중 여성과 노약자, 외국인을 중심으로 130여 명이 2023년 말 휴전과 비공식 교섭으로 풀려났다. 나머지 인질 중 60여 명이 사망 또는 행방불명으로 파악된 가운데, 젊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생존 인질 20명이 남아 있었다. 하마스는 이들을 ‘이스라엘의 전투 요원’이라며 놓아주지 않았다.

2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된 인질들은 오랜 억류 생활과 학대로 쇠약해진 와중에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인질들은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 주둔지로 향하는 과정에서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무사 귀환을 알렸다. 1차 석방 인질 중 쌍둥이 형제인 지브와 갈리 베르만은 이스라엘군 기지에서 서로를 보자마자 얼싸안았다.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납치된 두 사람은 2년 내내 서로의 생사를 모른 채 억류돼 있었다.


오전 중 생존 인질 20명이 모두 송환된 데 이어, 하마스가 인질 시신 20여 구의 송환도 시작하자 이스라엘도 이에 맞춰 “전국 교정 시설에서 팔레스타인 수감자 약 2000명을 석방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250명은 테러범으로 체포된 장기·무기수이고, 1718명은 2023년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체포된 팔레스타인인들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가자 평화 구상’ 1단계 합의인 인질 전원 송환,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교전 중단이 모두 이행됐다.

트럼프는 지난 8일 하마스에 “합의하지 않으면 지옥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직접 압박했다. 하마스는 당초 부정적이었으나 카타르·이집트·튀르키예마저 ‘지원 중단’을 경고하자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연설 후 텔아비브 인근 라마트간의 셰바 의료 센터를 찾아 이날 석방된 인질들을 만나려 했으나, 일정 지연으로 바로 이집트 홍해 연안의 휴양지 샤름엘셰이크로 이동했다. 그는 이곳에서 1단계 합의 서명식과 ‘가자 평화 정상 회의’를 주재했다. 트럼프의 가자 평화 구상의 2·3단계 실현 방안을 국제사회가 함께 논의하는 자리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등 유럽과 아랍 주요국 30여 명이 정상 회의에 참석했다. 당사자인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불참했다. 반면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이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정상들은 트럼프의 지각으로 2시간 이상 기다리는 불편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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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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