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기축통화국 아닌 韓, 원화 스테이블코인-CBDC 병행해야"

이데일리 이수빈
원문보기

"기축통화국 아닌 韓, 원화 스테이블코인-CBDC 병행해야"

서울흐림 / 4.0 °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②
하이브리드 모델 제시
화폐기능은 'CBDC·예금토큰'
투자수단 '스테이블코인' 적합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와 은행의 예금토큰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은 혁신적인 민간 결제수단이지만 통화주권·정책·안정성·제도신뢰 등 국가 금융시스템의 핵심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화폐적 기능은 CBDC와 예금토큰으로, 투자 기능은 스테이블코인으로 나누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시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스테이블코인 기본법인 ‘지니어스 법’(GENIUS Act)을 통과시키고 민간이 발행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달러’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CBDC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CBDC 발행 금지 행정명령에도 서명했으며 영구히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기축통화국이고 달러 기반 거래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다”며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는 쉬워도 시장이 흡수할 수도 없고 해외로 나가니 통제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 달러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경제적 이익과 금융 영향력을 누리지만 한국은 원화의 국제적 영향력과 신뢰가 부족하여 같은 방식으로 주조차익을 얻기가 어렵고 스테이블코인 도입만으로 국제금융 시장에서 같은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최 전 원장은 현대 금융체계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공적 화폐와 상업은행의 예금 기반 화폐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상업은행 예금은 중앙은행의 감독과 예금보험제도, 최종대부자 기능 등을 통해 공적 화폐와 같은 신뢰를 얻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가 금융의 디지털화를 거쳐 ‘CBDC’와 ‘예금토큰’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최 전 원장은 “은행이 예금토큰을 도입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의 충격을 완화하고 우리도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사적 화폐 체계가 확대하면 국가가 금융정책을 독자적으로 수립·집행하기 어려워진다고 봤다. 나아가 사적 조직이 디지털 지급 수단을 활용해 세금 포탈, 마약 거래, 무기 거래 등 불법적 거래에 활용한다면 이를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기능보단 자산관리나 디지털 금융 혁신 등 다양한 기능을 담은 투자 수단으로 분리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CBDC는 스테이블코인의 이러한 위험성을 최소화하면서 기존 지급결제 시스템의 비효율성과 자금 중개 과정의 마찰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짚었다. 다만 그는 “CBDC가 중앙은행의 개인정보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설계 단계에서 분산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