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500만원’에 속아... 감금된 2명 구조
‘한국 대학생 살해’ 중국인 3명은 기소
‘한국 대학생 살해’ 중국인 3명은 기소
지난달 말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50대 한국인을 납치∙고문한 중국인 4명과 캄보디아인 1명이 현지 경찰에 붙잡혀 앉아있다. 이들 앞에는 경찰이 압수한 권총과 무전기 등이 놓여있다./캄보디아 경찰 |
캄보디아에서 현지 범죄조직에 의해 고문당해 숨진 20대 한국인 대학생 사건과 관련해 중국인 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프놈펜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캄보디아 캄포트주 지방검찰청은 20대 한국인 대학생 박모씨를 살해한 혐의 등로 중국인 남성 3명을 기소했다. 박씨의 사인은 고문에 따른 심장마비로 드러난 바 있다.
박씨는 지난 8월 8일 캄포트주 보코산 인근의 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이 차에 타고 있던 30대 중국인 남성 A씨와 같은 국적의 40대 B씨를 검거했다. 박씨 시신이 발견된 곳은 일명 ‘범죄 단지’라 불리는 곳 근처로 한국인 대상 취업 사기나 감금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수사 당국은 인근의 범죄 단지를 추가로 수색했고, 이 과정에서 중국인 피의자 한 명을 추가로 검거하는 한편, 사기 사건의 증거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캄보디아 당국은 현재 이 사건과 관련된 다른 피의자 2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한편, 캄보디아 현지에서 고문과 감금을 당하며 범죄에 가담했던 한국인 2명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의 도움으로 지난 2일 구조된 일이 11일 알려졌다.
감금 피해자 중 하나였던 20대 남성 A씨는 IT 관련 업무를 하면 월 800만~1500만원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온라인 구인 글을 보고 캄보디아로 향했으나 막상 도착한 곳은 공무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을 시키는 범죄단지였다.
범죄에 가담하지 않으면 온종일 고문을 하겠다는 협박이 이어졌고, 이후 A씨는 포이펫의 다른 범죄 단지로 옮겨졌다고 한다. 그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빼앗겼고, 100여일간 파이프와 전기충격기 등으로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A씨와 같이 방을 쓰던 30대 B씨가 텔레그램으로 구조 요청을 보내 현지 경찰이 찾아왔지만, 신고 사실이 발각돼 머리에 봉지가 씌워진 채로 차 트렁크에 실려 시아누크빌로 보내졌다.
시아누크빌에서도 일할 때는 발목에,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침대에 수갑으로 묶여 감금됐다고 한다. “한 번 더 신고하면 파묻어 버리겠다” “현지 경찰에 작업이 돼 있으니 (신고하면) 죽이겠다”는 위협도 받았다. 이곳에는 A씨와 B씨 이외에 다른 한국인들도 다수 감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씨가 구조 요청을 하면서 현지 경찰이 두 사람이 머물던 호텔에 찾아왔고, 마침내 약 160여간의 감금 생활이 끝났다. A씨와 B씨는 현지에서 캄보디아 경찰의 조사를 받으며 귀국을 준비 중이다.
이들이 무사히 구출된 데에는 박찬대 의원실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박 의원실은 지난달 초 B씨의 모친으로부터 “우리 아들을 꼭 살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외교부, 영사관 등과 소통해 두 사람을 구해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캄보디아에서 일어나는 피해 사례에 비해 재외공관의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며 “영사조력법 개정으로 재외국민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지난달 30일 대표 발의한 영사조력법 개정안은 재외국민 사건 사고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 및 평가를 진행하고 실종 신고에 적극 대응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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