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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속절없는 추락…외환시장 아수라장인데 반등도 어려워

매일경제 연규욱 기자(Qyon@mk.co.kr), 김명환 기자(tero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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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속절없는 추락…외환시장 아수라장인데 반등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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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랠리 속 원화값은 크게 떨어져
원-엔 동조화 현상에 엔화값 하락 영향 커

외환보유액 4개월 연속 증가세
국제기구 권고 수준엔 여전히 못미쳐


원·달러 환율이 5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상승하고 있는 1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에 환율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원·달러 환율이 5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상승하고 있는 1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에 환율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길었던 추석 연휴 이후 10일 재개된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이후 8일 만에 다시 열린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421.0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인 지난 2일 주간거래 종가인 1400.0원보다 21원 급락한 것이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1423.0원으로 출발했다. 이는 장중 1440원을 찍은 지난 5월 2일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개장 이후 원화값은 다소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큰 변동 없이 심리적 저항선(1400원)을 밑돌았다.

원화값 급락은 추석 연휴 기간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다. 연휴 기간인 지난 8일 역외거래에서 1420원대 중반까지 원화값이 떨어진 흐름이 이날까지 이어진 것이다.

연휴 기간 유로, 엔화가 급락한 게 달러 강세를 촉발하며 원화값 하락을 야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로는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임명 한 달 만에 사임하면서 프랑스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게 유로화 급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엔화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자민당 총재의 ‘아베노믹스’식 돈풀기 정책이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엔화가치가 급락했다.

여기에 한미 관세협상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도 강달러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액인 3500억달러를 ‘선불’로 지급하라고 한 데 이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증액’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3500억달러 전체를 현금으로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통화스왑 체결을 조건으로 내건 상태다. 양국은 구체적인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연휴 중인 지난 4일 미국에서 러트닉 상무장관을 만났지만, 의견 교환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복합적 요인으로 연휴 기간 역외 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이 급락한 것으로 해석된다. 긴 연휴로 거래량이 부족했던 탓에 원화는 글로벌 강달러에 더욱 취약한 양상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원화가치는 당분간 하락이 우세한 흐름이 전망된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달러가 약해지려면 다른 통화가 강해져야 하는데, 유럽의 정치 불안과 일본은 신임 총재의 정책 기조로 인해 다른 통화들도 강한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한미 관세협상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 한 원화값이 크게 반등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220억2000만달러(약 600조원)라고 밝혔다. 지난 8월보다 57억3000만달러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 5월 말 4046억달러로 약 5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줄었는데, 이후 4개월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운용 수익이 늘고 분기 말 효과로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도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8월 말 기준 4163억달러로 세계 10위 수준이다. 중국이 3조3222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3242억달러), 스위스(1조222억달러), 인도(6954억달러), 러시아(6895억달러), 대만(5974억달러), 독일(4682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564억달러), 홍콩(4216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이 같은 규모도 미국 측이 요구하는 대미 투자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은 3500억달러 투자를 전액 현금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한은은 외환보유액 감소 없이 최대로 조달 가능한 금액을 200억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외환당국 자금 150억달러와 외화채권 조달 50억달러 정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현 외환보유액상 직접투자 여력’에 대해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법률 리스크 해소를 전제할 경우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 외환시장 매입 등 외환보유액 감소를 초래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달할 수 있는 외환당국의 자금은 연간 150억달러(약 21조원) 내외”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 부문에서는 정책금융기관의 한국계 외화채권(KP) 발행 등을 통해 연간 50억달러(약 7조원)를 추가로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환보유액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제기구 권고 수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 따르면 적정 외환보유액은 △유동외채의 30% △외국인 증권 투자의 15% △광의통화(M2)의 5% △상품 수출의 5%를 합산한 후 여기에 150%를 곱해 산출된다. 이를 지난해 말 수치로 대입하면 5220억달러 수준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는 훨씬 더 미치지 못한다. BIS 기준은 △3개월 치 수입대금 △유동외채 △외국인 증권 투자의 33% △거주자 외화예금 등을 모두 더해 산출한다. BIS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7053억달러까지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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