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수보드 굽타 작가의 식기 설치 공간에서 음식 협업을 펼친 정관 스님과 굽타 작가. 오경순씨 제공 |
사찰 음식 달인으로 이름난 정관(69) 스님이 인도 출신 현대미술 대가 수보드 굽타(61)와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도시의 국제미술제 무대에서 만나 색다른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정관 스님의 제자 오경순씨는 지난달 5일 우즈베키스탄의 실크로드 옛 도시 부하라에서 개막한 격년제 국제미술제 부하라 비엔날레에 정관 스님이 초대 작가로 참여해 굽타와 음식 퍼포먼스 공동 작업을 벌였다며 관련 사진을 최근 한겨레에 공개했다. 이 사진들은 다채로운 색감의 식기 그릇들로 천장과 사방을 메운 굽타의 주방 설치 공간에서 정관 스님이 직접 만든 국수와 김치 등의 발효음식을 내놓으며 작가, 관객들과 같이 퍼포먼스 작업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행위를 통해 예술의 치유력을 탐구한다는 ‘상처받은 마음을 위한 레시피’란 올해 비엔날레 주제에 맞춤한 프로젝트로 각별한 눈길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달 9일 수보드 굽타 작가의 식기 설치 공간에서 정관 스님이 음식들을 차려놓고 합장하면서 예를 올리고 있다. 스님 오른쪽에 선글라스를 끼고 두 손을 모은 이가 수보드 굽타다. 오경순씨 제공 |
정관 스님은 굽타와의 협업 외에도 현지의 16세기 이슬람 옛 사원 건물인 코자 칼론 모스크를 부엌이자 사찰로 활용해 현지 고려인 공동체 동포들과 김치를 담아 삭히고 된장 메주를 빚어 매다는 작업을 벌였으며, 유적지에 자리를 펴놓고 명상의 마당도 펼쳤다. 내달 비엔날레 행사 마지막 주(11월18~20일)에는 정관 스님과 굽타 작가가 현지에서 한국 사찰 요리와 인도 비하리족 채식 요리 전통을 엮은 발효 음식들을 선보이면서 요리의 공생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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