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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한 때, 조선소 둘러보는 일정 조율 중

조선일보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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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한 때, 조선소 둘러보는 일정 조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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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휴에도 회의했지만 교착
트럼프 “세계 인력으로 조선 부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각) “전 세계에서 들어올 수천억 달러의 투자와 인력을 통해 (미국의) 조선소를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한미 관세 협상이 교착상태로 알려진 가운데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 기지에서 열린 해군 창건 25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우리는 더 많은 함정을 설계하고 있고, 미 해군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함정이 건조 중”이라며 “그들이 미국에서 선박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 미국의 조선업 협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7월 말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은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중 1500억달러를 마스가 프로젝트에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후속 협상에서 미국은 현금 출자를 선호하고 한국은 대출과 보증 위주를 주장하며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정부는 조선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지대한 만큼 한국에 감당 못 할 요구를 해 판이 깨지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추석 연휴에도 추석 당일(6일)을 제외하고 5일 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 주재 통상 회의, 7일 실무 협상단 회의, 8일 추가 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차 한국을 방문할 때 국내 조선소를 둘러보도록 하는 일정도 조율 중이다. 조선업을 고리로 한미 간 결속을 다진다는 취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일정이 짧을 경우 일정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한미 정상회담과 함께 같은 시기 한국을 찾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 등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전해졌다. 1박 이내로 한국에 머물 경우 다자 회의인 APEC 참석은 어려울 전망이다.

◇트럼프 방한 때, 조선소 둘러보는 일정 조율 중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협력이 필수적인 조선업 부활 의지를 천명했지만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은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미국에 급파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6일 핵심 의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가 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APEC을 계기로 (한미 관세 협상이) 성과를 내길 기대하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짧은 것도 관세 협상에 진전이 없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은 당일치기로 알려졌지만, 외교 당국이 ‘1박’으로 늘리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27~29일 일본을 방문한 뒤 29일 ‘당일치기’ 또는 ‘짧은 1박 2일’로 한국을 들르는 일정으로 31일 시작하는 APEC 본행사는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 정상회담은 개최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다고 한다.

정부 내에선 지난 8월 말 워싱턴 DC 한미 정상회담 때도 관세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미 국무부를 중심으로 한미 정상회담 취소 얘기가 흘러나왔던 만큼, 동일한 압박을 APEC 전까지 계속 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놓고 미국과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마스가 프로젝트 등 미국이 한국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어 한미 정상회담이 취소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또는 30일 경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중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양자 회담 후 한국을 떠나면 시 주석 등만 APEC 본행사에 참석하게 된다. 중국은 내년 APEC 의장국이라 시 주석은 31일 본행사에 참석하고 연설도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짧은 방한 일정 속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미·북 깜짝 회동’ 가능성은 열어 놓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은 기회만 되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싶어 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며 “다만 북한과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 얘기가 되는지는 우리로서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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