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밀착, 이번엔 평양… 10·10절 열병식에 중·러 서열 2위 참석

北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 준비

북한이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인 10월 10일(쌍십절)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열 예정이다. 북한은 최근 대출력 고체 엔진을 장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번 열병식에서 이를 공개할지 주목된다.

올해 열병식에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 등 중·러의 ‘2인자’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밀착하고, 지난달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며 다자(多者) 외교를 개시한 김정은이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핵 강국’ ‘정상 국가’ 흉내를 내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지난 4일 평양에서 무기 박람회인 ‘국방 발전-2025’를 개최했다. 극초음속 활공체형 탄두를 비롯해 각종 미사일, 무인기 등이 전시됐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北 이르면 9일 대규모 열병식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8일 “북한이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수만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며 “10일 평양에 비 예보가 있어 쌍십절 전날인 9일 열병식이 열릴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은 당 창건 기념일 당일이나 전날 저녁에 열병식을 개최해 왔다. 북한에서 열병식이 열리는 건 2023년 9월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 행사 후 2년여 만이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 해외 고위 인사들도 적극 초청했다.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참석한다. 중국에서는 리 총리가 9~11일 방북할 예정인데, 중국 총리의 방북은 2009년 원자바오 당시 총리의 평양 방문 이후 16년 만이다. 열병식까지 참석할 경우, 1988년 양상쿤 주석이 북한 정권 수립 4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이후 중국 최고위급 지도자로는 첫 북한 열병식 참석이 될 전망이다. 2015년 70주년 행사 당시 러시아 대표단이 불참하고, 권력 서열 5위였던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이 중국 대표단을 이끌었던 것과 비교하면 ‘급’이 달라졌다.

김정은은 이들과 나란히 열병식장에 등장해 지난달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보였던 ‘북·중·러 연대’를 다시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은 러시아·중국의 총리급 2인자의 파견을 대대적으로 부각·홍보할 것”이라고 했다.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은 지난 7일 방북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했다.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도 9~11일 일정으로 방북 예정이다. 니카라과의 브렌다 로차 선거관리위원장, 발테르 소렌치누 브라질 공산당 전국부위원장, 녜수에 멩게 적도기니 민주당 제1부총비서 등도 이미 평양에 도착했다고 북한 매체는 전했다.

김정은 탄 북한판 이지스함에 서해 NLL 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북한 신형 구축함인 ‘최현호’를 방문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가 6일 보도했다. 구축함 전투통제실에 설치된 모니터 속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 해도(붉은 원 안)가 띄워져 있는 모습을 노출시켰다./노동신문 뉴스1

◇北 구축함에 NLL 부근 전자해도

열병식에 앞서 김정은은 대대적 핵·미사일 무력 과시에 나섰다. 우리 추석 연휴 기간 중인 4일 평양에서는 북한판 무기 박람회인 무장 장비 전시회 ‘국방발전-2025’가 개막했는데, 북한은 여기에서 전술핵무기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화성-11마’를 처음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미 미사일 방어망 돌파를 위해 이 미사일에 극초음속 활공체 탄두부를 탑재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초음속 순항미사일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이 전시회에서 처음 선보였다. 지난해 시험 발사 후 ‘최종 완결판’이라고 했던 ICBM 화성-19형도 전시장에 등장했다.

이런 무기들이 즐비한 전시회장에서 기념 연설에 나선 김정은은 “한국 지역의 미군 무력 증강과 정비례해 이 지역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 관심도도 높아졌으며, 따라서 우리는 특수 자산을 그에 상응하게 중요 관심 표적들에 할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영토가 결코 안전한 곳으로 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판단할 몫”이라고 했다. 이런 위협적 언사에 대해 대통령실은 5일 “북한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대화와 협력의 길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5일 지난 4월 진수한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도 찾았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최현호 전투통제실 곳곳에 배치된 여러 모니터 속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 전자해도가 띄워져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김정은이 NLL을 경계로 늘어선 남북의 전력 배치를 보여주는 듯한 전자해도들 앞에서 보고를 받고 지시하는 듯한 모습도 포함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NLL 일대 해상에서의 공격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적 노출”이라고 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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