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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당신 노벨상이래!”…20시간 부재중, 사연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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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당신 노벨상이래!”…20시간 부재중, 사연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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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과학자 프레드 램스델.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과학자 프레드 램스델. 로이터 연합뉴스


“아내가 회색곰을 본 줄 알았어요.”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미국 과학자 프레드 램스델(Fred Ramsdell·65)은 지난 6일(현지시각) 오후 “당신이 노벨상을 받았다”며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아내 로라 오닐(Laura O’Neill)를 봤을 때 이런 생각부터 들었다고 했다. 당시 부부는 로키 산맥을 따라 캠핑과 하이킹을 한 뒤 옐로스톤 국립공원 근처에 있는 미국 몬태나주의 한 캠핑장에서 쉬고 있었다. 그가 소속된 생명공학 기업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의 표현을 빌리면 “세상과 단절된 최고의 삶을 즐기고 있었”던 순간이었다.



직장에서 관절염, 크론병 같은 자가면역 질환을 연구할 때를 빼고는 자연 속에서 세상과 완전히 단절돼 지내길 좋아하는 램스델은 이번에도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한 채 반려견들과 함께 거의 3주간 여행을 했다고 한다. 아내가 통화 가능 지역으로 들어왔을 때는 부부가 아이다호, 와이오밍, 몬태나의 산맥을 지나 여행을 마무리할 무렵이었다. 노벨상 수상을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던 램스델은 “당신이 받았다는 문자만 200통이나 와 있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나서야 수상 사실을 믿었다고 한다.



6일(현지시각) 밤 몬태나주 리빙스턴의 한 호텔에 도착한 뒤 램스델은 노벨위원회 사무총장 토마스 펄만(Thomas Perlmann)과 마침내 통화했다. 사무총장이 전화통화를 시도한 지 약 20시간 만이었다. 램스델은 캠핑장에서도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당시 스웨덴은 깊은 밤이어서 연결이 되지는 않았다. 램스델은 “상을 받게 돼 감사하고 겸허한 마음”이라며 “연구를 인정받아 기쁘고, 이 기쁨을 동료들과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램스델을 포함해 메리 브랑코(64) 미국 시애틀 시스템생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카구치 시몬(74·일본) 오사카대 석좌교수 등 세 과학자가 공동 수상했다. ‘말초 면역 내성’이라고 부르는 분야를 연구한 세 과학자는 ‘조절T세포’(Regulatory T cell, Treg)를 발견해 면역체계가 자기 몸을 공격하지 않도록 하는 ‘말초 면역 관용’(peripheral immune tolerance) 원리를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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