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영 기자]
여행 중에 시계를 양 팔에 찬 사람을 봤는데, 한 팔엔 애플워치를, 다른 한 팔엔 기계식 시계를 차고 있었다. 해괴한 모습이었지만 이해는 갔다. 각자 쓸모가 다른데 어느 하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애플워치는 대체 불가능해지고 있다. 알림을 확인하고, 건강을 챙기고, 일상을 기록하는 역할은 제 아무리 비싼 명품 시계라도 대신 하기 어렵다. 한때 명품 시계 브랜드에서도 스마트워치를 내놓기도 했지만, 지금은 각자 역할을 찾아 제 갈 길을 가는 모습이다.
애플워치 울트라3(왼쪽)와 시리즈 11 /사진=테크M |
여행 중에 시계를 양 팔에 찬 사람을 봤는데, 한 팔엔 애플워치를, 다른 한 팔엔 기계식 시계를 차고 있었다. 해괴한 모습이었지만 이해는 갔다. 각자 쓸모가 다른데 어느 하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애플워치는 대체 불가능해지고 있다. 알림을 확인하고, 건강을 챙기고, 일상을 기록하는 역할은 제 아무리 비싼 명품 시계라도 대신 하기 어렵다. 한때 명품 시계 브랜드에서도 스마트워치를 내놓기도 했지만, 지금은 각자 역할을 찾아 제 갈 길을 가는 모습이다.
애플워치 자체도 분화하고 있다. 애플워치 시리즈를 중심으로 아웃도어에 특화된 '울트라'와 가격대를 낮춘 'SE' 시리즈로 다양해진 취향을 반영했다. 올해 애플은 '애플워치 시리즈 11' '애플워치 울트라3' '애플워치 SE3' 등 나란히 신제품을 내놨다.
괄목할 변화는 없었지만, 고유의 매력은 여전하다. 자신에게 맞는 애플워치를 찾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애플워치 시리즈 11을 구매하고 애플워치 울트라3를 대여해 번갈아 써 본 결론은, 이제 하나론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잘 때도 차고 자는 '애플워치 시리즈11'
애플워치 시리즈 11은 '시리즈 10'과 디자인적으로 차이가 없다. 시리즈 10은 역대 가장 얇은 9.7mm 두께가 특징었는데, 이를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크기는 똑같고 무게는 46mm 알루미늄 GPS 모델 기준으로 1.4g이 늘었다. 색상은 '스페이스 그레이'가 추가됐다.
애플워치 시리즈 11 /사진=테크M |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개선점은 배터리다. 배터리 효율을 개선해 사용시간을 최대 18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렸다. '24시간'의 기준은 시간 확인 300회, 알림 90건, 앱 사용 15분, 블루투스를 통해 애플워치에서 음악을 재생하는 상태로 운동 기능 60분 사용, 수면 추적 6시간 등의 조작을 수행한 것을 기준으로 한다.
실제 사용해본 경험상으론, 24시간은 어렵고 하루 일과는 버티는 수준이다. 단, 아침 저녁으로 샤워할 때 충전해두면 차고 잠들어도 충분하다. 애플에 따르면 15분 충전으로 최대 8시간 사용이 가능하다는데, 확실히 충전이 꽤 빠르다. 이게 중요한 건 새로 생긴 '수면 점수' 때문이다. 깨어있을 때 뿐만 아니라 자고 있을 때도 애플워치로 상태를 체크하려면 잠시라도 충전을 해두는 게 좋다.
애플워치 시리즈 11 /사진=테크M |
수면 점수를 통해 수면 시간, 취침 시간 규칙성, 잠에서 깨는 횟수, 각 수면 단계가 지속된 시간 등을 점검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을 종합해 99점 만점으로 보여준다. 아침에 일어나 점수를 보고 나면 '오늘 밤엔 스마트폰 보지 말고 일찍 자야지'라는 의욕이 생긴다. 실제 생활에선 온갖 영양제를 털어 넣어도 잠만한 게 없다.
애플워치 시리즈 11에는 최초로 고혈압 감지 기능도 추가됐지만, 아직 국내에선 허가 문제로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허가를 통과한 '수면 무호흡 알림' 기능을 쓸 수 있게 됐다. 애플워치를 차고 자면 자동으로 호흡 방해 현상을 추적해 심각한 수준의 수면 무호흡증 징후를 감지한다.
운동할 맛 나는 '애플워치 울트라3'
작은 시계를 좋아하기 때문에 애플워치 시리즈는 늘 42mm(과거 40·41mm)를 착용했다. 46mm와 42mm 차이를 남성용, 여성용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론 42mm가 완벽하다. 시리즈가 진화하면서 화면이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져서 42mm도 모든 정보를 파악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애플워치 울트라3 /사진=테크M |
이번 애플워치 SE3가 칩셋, 센서, 충전, AOD, 제스처 등 많은 기능을 보강했지만, 배터리와 디스플레이는 아직 시리즈 11이 우세하다. SE3의 가성비는 압도적이지만 밸런스 측면에서, 그리고 유광의 제트 블랙 컬러가 있다는 점에서 시리즈 11을 선택했다.
애플워치 울트라3는 이런 취향의 대척점에 서있다. 49mm 크기에 전작보다 베젤이 얇아져 화면 크기는 역대 최대다. 화면 밝기도 최대 3000니트로 가장 밝다. 무엇보다 배터리가 최대 42시간으로 압도적이다. 15분 충전으로 최대 12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스펙만 놓고 보면 성능은 무시무시하지만, 스쿠버다이빙도 할 줄 모르고. 정밀 이중 주파수 GPS가 필요할 만큼 모험을 즐기지도 않으며, 더 크고 밝은 화면이 딱히 필요하지도 않기 때문에 애플워치 울트라3가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근데 또 차보니까 달랐다.
애플워치 울트라3 /사진=테크M |
요즘 '존2 러닝'을 많이 한다고 해서 애플워치 울트라3를 차고 오랜만에 동네를 달려봤다. 중요한 건 심박수를 체크하는 일인데, 화면이 괜히 큰게 아니었다. 확실히 가시성이 뛰어났다. 크기가 커도 생각보다 착용감이 편했고, 시크한 '블랙 티타늄' 컬러 덕에 일상에서 차기에도 세련된 맛이 있었다.
서로 다른 매력, 둘 다 있으면 좋겠네
애플워치 시리즈 11과 울트라3 둘 다 차보니 둘 중 하나를 고른 건 꽤 어려운 일이었다. 가장 좋은 선택은 평상시엔 시리즈 11을 차고 운동할 때나 여행갈 땐 울트라3를 차는 거다. 완벽한 조합이다. 경제적으로 완벽하지 않을 뿐.
시계 마니아들이 남들 보기에 다 비슷해 보이는 시계를 여러 개 모으는 것도 다 각기 매력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양 팔에 차지는 못하겠지만, 여유만 된다면 골라 차고 싶어졌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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