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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토장관 “시카고는 전쟁터”…주 방위군 투입으로 내전 양상

조선일보 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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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토장관 “시카고는 전쟁터”…주 방위군 투입으로 내전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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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 “치안 유지”에 지방정부 반발 거세져
민주당 시장·주지사 “연방정부가 전쟁터 만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대도시를 향해 ‘치안 유지’를 이유로 주 방위군을 투입하는 강경 정책을 밀어붙이자 이에 맞서 지방정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5일(현지 시각) 이민 단속 시위가 격화된 시카고를 ‘전쟁터’라고 표현하며 시 당국을 맹비난했고, 이에 민주당 소속인 브랜던 존슨 시카고 시장과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연방정부가 전쟁터를 만들고 있다”고 맞받아치며 정면충돌했다.

크리스탈 놈 국토안보부 장관 /AFP 연합뉴스

크리스탈 놈 국토안보부 장관 /AFP 연합뉴스


미국 제3의 도시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리노이 주 방위군 300명 배치를 승인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비난전은 걷잡을 수 없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놈 장관의 ‘시카고 전쟁터’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이민 단속 전쟁’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조직인 국토안보부의 수장으로서 지방정부를 맹렬히 공격한 것이다. 놈 장관은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존슨 시카고 시장이 범죄자들을 용인하고 현장 상황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알면서도 거짓말하는 지도자는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토안보부(DHS)는 9·11 테러 이후 테러 방지 및 국경 보안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으로,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세관국경보호국(CBP) 같은 주요 이민 단속 기관을 산하에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을 가장 강력하게 실행하는 핵심 부서이다. 즉, 놈 장관의 이번 발언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이 주류 사회를 위협한다는 인식을 퍼뜨리며 대도시 지방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EPA 연합뉴스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EPA 연합뉴스


이에 대해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CNN 방송에서 “그곳을 전쟁터로 만드는 것은 바로 그들(연방 정부)”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어 “트럼프가 ‘최악 중의 최악의 범죄자’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면 즉시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 방위군을 동원하는 조치가 단지 치안 유지가 아니라 정치적 탄압이자 지방 정부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월권 행위임을 비판한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주 방위군은 평소에는 주지사 지휘를 받지만, 유사시에는 대통령 명령으로 동원될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권한을 이용해 자신과 정책적으로 대립하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도시에 군대를 투입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미 주 방위군이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투입됐다. /AFP 연합뉴스

지난 5일 미 주 방위군이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투입됐다. /AFP 연합뉴스


이러한 연방 정부의 주 방위군 투입 결정은 시카고뿐만 아니라 워싱턴 DC, 오리건주 포틀랜드 등 다른 민주당 성향의 대도시에서도 갈등을 유발하며 미 전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리건주에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 300명을 배치하려 하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를 “숨 막힐 정도의 법과 권력 남용”이라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가 캘리포니아 군대를 범죄 때문이 아니라 오직 ‘권력’과 ‘자존심’을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이는 ‘비미국적(un-American)’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현재 포틀랜드에서는 연방 법원이 연방군과 주 방위군 투입을 일시 중단시키는 명령까지 내렸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주의 병력을 동원하려 시도하는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대립은 극한으로 치닫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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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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