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러닝 코스는 특별하다. 바다와 호수 풍경 모두를 만끽하며 달리기 더없이 좋은 코스다. 이재진 작가가 속초 바닷가를 달리고 있다. 이재진 제공 |
풍성한 한가위가 시작된다. 유독 긴 연휴라 여유 있게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달리기 애호가라면 색다른 곳에서의 러닝에 도전해보자. 어린 시절 놀던 고향 골목을 달려도 좋다. 달리기가 유행이라는 얘기에 곁눈질만 하던 이도 이번에 달려보자. 연휴에 달리기 좋은 전국 곳곳의 코스를 추천한다.
서울특별시, 도심을 달리는 강아지, 경복궁 댕댕런
종묘공영주차장 → 청계천 → 광화문광장 → 경복궁 돌담길 → 청와대 사랑채 → 북촌 → 안국 → 종묘공영주차장 복귀/ 약 8㎞
서울 한복판에서 지피에스(GPS)를 켜고 달리면 강아지 모양이 그려진다. 그래서 이 코스는 ‘경복궁 댕댕런’이라 불린다. 도심부터 고즈넉한 골목까지 누비는 루트다. 출발은 어디서 하든 좋다. 청계천을 따라 약 2㎞를 달리면 강아지의 뒷다리가 먼저 완성된다. 경복궁 돌담길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담장과 나무가 이어진 길에선 도시 중심에 역사와 현재가 맞닿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북촌 구간은 강아지 꼬리가 된다. 러너들 사이에서는 웰시코기냐 진돗개냐 하며 코스 지도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일대. 김혜윤 기자 |
부산광역시, 바다 위를 달려 절벽 마을로, 부산 송도해수욕장~흰여울마을
송도해수욕장 → 송도구름산책로 → 남항대교 → 흰여울문화마을/ 편도 약 5㎞
이 코스는 바다와 도시, 절벽 마을의 풍경을 차례로 만나는 드라마 같은 길이다. 짧지만 강렬한 변화를 담고 있어 부산을 찾는 러너들에게 인기가 높다. 백사장 옆 산책로를 달리다 보면 송도구름산책로에 닿는다. 바다 위로 길게 뻗은 데크 위를 달리는 순간, 파도가 발밑에 부서지고, 바람은 러너의 호흡을 시원하게 가른다. 남항대교의 거대한 교량 위를 달리는 경험은 흔치 않다. 마지막 구간은 흰여울문화마을. 절벽 위 하얀 집들과 골목 사이로 보이는 푸른 바다가 러너를 맞는다. 부산의 다양한 얼굴을 담아낸다.
부산 흰여울문화마을 풍경. 김선식 기자 |
대전광역시, 도심 속 랜드마크를 잇는 길, 대전 엑스포시민광장 러닝
엑스포시민광장 순환 → 신세계백화점 앞 → 수변문화원 → 엑스포시민광장 복귀/ 약 10㎞
대전 러너들에게 엑스포시민광장은 친숙한 공간이다. 광장을 한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지만, 신세계백화점과 수변문화원을 거쳐 다시 광장으로 돌아오는 확장 코스를 선택하면 도심 러닝의 매력이 배가된다. 도시에서 의외의 여유와 탁 트인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낮에는 강변을 비추는 유리 건물이 시원한 배경이 되고, 밤에는 조명이 야경 코스로서 특별한 풍경을 만든다. 갑천 수면에 비친 불빛과 함께 달리는 경험은 같은 길이라도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문화공간과 조형물이 길가에 이어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주 성산일출봉 풍경. 한겨레 자료 사진 |
제주특별자치도, 계곡과 오름, 바다 전망을 잇는 길, 제주 용연계곡·사라봉·별도봉
용연계곡 → 사라봉 오름길 → 사라봉 정상 → 능선길 → 별도봉 정상 → 해안도로 하산/ 편도 약 6㎞
제주국제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계곡과 숲, 오름과 바다가 어우러진 특별한 러닝 코스가 있다. 짧지만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져 러너들에게 숨은 보석 같은 코스로 꼽힌다. 용연계곡 바위 절벽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는 이곳은 러닝의 시작을 상쾌하게 만든다. 오름길로 접어들면 사라봉 오르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경사가 가파르지만 정상에 오르면 제주항과 도심이 한눈에 들어오고, 시원한 바람이 러너의 땀을 식혀준다. 정상에서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보며 달리면, 운동이 아니라 여행 같은 러닝이 된다.
디아크문화관 일대. 한국관광공사 제공 |
대구광역시, 강과 예술이 만나는 길, 대구 강정보 디아크 러닝 코스
강정보 디아크문화관(순환로 한바퀴) → 수변 데크길 → 칠곡보 방향 산책로(왕복 자유 조절) → 강정보 순환로 → 디아크/ 복귀 선택에 따라 5~20㎞ 이상 가능
강정보 디아크문화관 일대는 대구 러너들에게 도시와 예술, 강이 함께하는 러닝 무대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이곳은 랜드마크 디아크문화관을 중심으로, 수변 길과 산책로가 연결돼 있어 다양한 러닝 코스 조합이 가능하다. 먼저 디아크문화관 주변 순환로를 한바퀴 돌며 몸을 푼다. 물결을 형상화한 건축물과 강변 풍경이 어우러져 러닝의 시작부터 특별하다. 수변 데크길은 강물과 평행을 이루며 달리는 기분을 제공한다. 칠곡보 방향 길은 평탄하고 길게 뻗어 있어 원하는 거리만큼 확장해 달릴 수 있다.
광주광역시, 트랙과 강변을 잇는 길, 상무시민공원~어등대교 러닝
상무시민공원 트랙과 순환로(한바퀴) → 광주천변 진입 → 영산강 합류부 → 어등대교 → 강변 산책로 확장 → 상무시민공원 복귀/ 왕복 약 5~15㎞(구간별 선택 가능)
상무시민공원은 광주 러너들의 거점이다. 공원에는 트랙과 순환로가 잘 갖춰져 있어, 가볍게 몸을 푸는 워밍업부터 인터벌 훈련까지 모두 할 수 있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접근성도 뛰어나고, 녹음이 우거져 사계절 내내 쾌적하다. 먼저 공원 순환로를 한바퀴 돌며 몸을 푼다. 더 집중적인 훈련을 원한다면 공원 안에 마련된 표준 규격 탄성 트랙을 활용해도 좋다. 기록 훈련이나 페이스 조절 연습에 알맞은 공간이다. 이 코스의 가장 큰 매력은 두 강을 한번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늑한 광주천에서 시작해, 영산강의 넓은 수면으로 이어진다.
울산 십리대숲 풍경. 한겨레 자료 사진 |
울산광역시, 강변과 정원을 달리는 길,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태화강 국가정원 → 십리대숲 산책로 → 국가정원교 → 태화강전망대 → 십리대밭교 → 국가정원/ 편도 약 8㎞
울산을 대표하는 러닝 명소는 단연 태화강 국가정원이다. 이 코스는 숲과 강, 정원이 한데 어우러져 ‘도심 속 자연 러닝’의 진수를 보여준다. 십리대숲 산책로는 러너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가 러닝의 리듬을 만들어주고, 푸른 대숲은 한여름에도 서늘한 공기를 품는다. 숲길을 빠져나와 국가정원교를 건너면 강 너머로 탁 트인 전망이 보인다. 강 위로 번지는 석양, 멀리 보이는 울산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어우러지며 러닝이 한순간 풍경 감상이 된다. 초보자도 부담 없다.
속초 외옹치항 인근 러닝 코스. 박미향 기자 |
강원도, 바다와 호수를 넘나드는 길, 속초 러닝 코스
외옹치항 → ‘롯데리조트 속초’ 해안길 → 속초해수욕장 → 청초호 순환 → 아바이마을/ 편도 약 9~10㎞
속초엔 바다와 호수를 동시에 만나는 특별한 코스가 있다. 외옹치항에서 출발해 ‘롯데리조트 속초’ 해안 길에 들어서면, 절벽과 바다가 맞닿은 풍경이 펼쳐진다. 바닷바람을 가르며 달리다 보면 속초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속초 바다의 상징이다. 해수욕장을 벗어나면 청초호가 기다린다. 호수를 한바퀴 도는 길은 약 4.5㎞. 수면에 비친 설악산과 도심 풍경이 어우러진다. 마지막 구간은 아바이마을. 마을 식당에 들러 따끈한 아바이순대 한 접시로 마무리해 보자. 현지 먹거리가 더해져 속초 러닝은 완벽한 여행으로 완성된다.
속리산 조각공원. 보은군청 제공 |
충청도, 숲과 산사, 예술이 함께하는 길, 속리산 조각공원~세조길
속리산 조각공원 → 법주사 → 일주문 → 세조길(세심정) → 속리산 조각공원/ 왕복 약 10㎞
속리산은 러너들에게 숲과 역사, 예술을 동시에 품은 특별한 코스를 선사한다. 단순한 러닝을 넘어 다채로운 경험을 안겨준다. 야외에 설치된 현대 조각 작품들 사이를 달리며 시작하는 코스는 흔치 않은 재미를 준다. 법주사에 이르면 잠시 발걸음을 늦춘다. 천년 고찰의 고즈넉한 풍경과 종소리가 러닝의 호흡을 차분하게 정리해준다. 이어 일주문을 지나 숲길로 들어서면 세조길이 시작된다. 세심정은 이 코스의 반환점. 정자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며 숲과 계곡을 바라보는 순간, 러닝은 휴식이 된다.
순천만습지 일대.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라도, 갈대와 노을을 품은 길, 순천만습지~용산전망대
순천만습지 입구 → 갈대군락지 산책로 → 용산전망대 → 갈대길 복귀/ 왕복 약 6㎞
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이자 러너들에게는 생태 러닝 무대다. 갈대밭 사이를 달려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습지와 바다가 어우러진 장대한 풍경을 발아래 품을 수 있다. 갈대군락지 산책로로 접어들면 드넓은 갈대밭이 펼쳐진다. 바람이 불 때마다 파도처럼 출렁이는 갈대가 달리는 이의 발걸음을 부드럽게 맞춘다. 습지 사이로 난 길은 평탄해 초보자도 부담 없다.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용산전망대. 순천만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에스(S)자로 휘도는 물길, 드넓은 갈대밭, 멀리 붉게 물드는 노을이 겹쳐 압도적인 장면을 만든다.
문경새재 풍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상도, 옛길과 숲이 함께하는 길, 문경새재 도립공원 트레일
문경새재 도립공원 주차장 → 오픈세트장 → 주흘관(1관문) → 조령제2관문 → 조령제3관문 → 복귀/ 약 8~15㎞(선택 가능)
문경새재는 ‘조선 제일의 관문’이라 불리던 고갯길이다. 과거 영남과 한양을 잇던 길이 오늘날에는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트레일 러닝 코스로 변모했다. 숲길과 옛길, 계곡과 관문이 이어지는 이 길은 달리는 내내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준다. 오픈세트장을 지나면 드라마 속 조선시대 풍경이 러닝의 배경이 된다. 이어 숲길로 접어들면 주흘관(1관문)이 등장한다. 조선 선비들이 과거시험 길에 올랐던 장면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총거리는 선택할 수 있다. 2관문까지만 왕복하면 약 8㎞, 3관문까지 오르면 15㎞ 안팎으로 러닝을 완성할 수 있다.
이재진 ‘마라닉TV’ 운영자 겸 ‘마라닉 페이스’ 저자
편집 성기령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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