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환율보고서 정성평가 확대 이후 첫 조치
환율은 시장에 맡기되 과도한 변동만 대응
국민연금 스와프 ‘개입 사례’서 제외
모니터링 대상에 '안정’ 추가
'한미 통화스와프 포석' 해석도
[파이낸셜뉴스] 한·미 재무당국이 “환율은 시장에 맡긴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외환시장 개입은 환율이 과도하게 불안할 때만 허용하며 무역 경쟁을 위한 통화가치 조작은 하지 않기로 했다. 동시에 한국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매달 미국에 공유하고, 외환보유액 통화 구성을 연 1회 공개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미 재무당국 간 환율정책 합의’를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4월 미국 요청으로 환율 문제가 통상협의 의제에 포함된 이후, 관세 협상과는 별도로 양국 재무당국 간 협의를 통해 마련됐다.
이번 합의는 미국이 한국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위적 환율 절하를 차단하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입장에서는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낮추고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선제적 대응 성격이 짙다.
환율은 시장에 맡기되 과도한 변동만 대응
국민연금 스와프 ‘개입 사례’서 제외
모니터링 대상에 '안정’ 추가
'한미 통화스와프 포석' 해석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원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한·미 재무당국이 “환율은 시장에 맡긴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외환시장 개입은 환율이 과도하게 불안할 때만 허용하며 무역 경쟁을 위한 통화가치 조작은 하지 않기로 했다. 동시에 한국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매달 미국에 공유하고, 외환보유액 통화 구성을 연 1회 공개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미 재무당국 간 환율정책 합의’를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4월 미국 요청으로 환율 문제가 통상협의 의제에 포함된 이후, 관세 협상과는 별도로 양국 재무당국 간 협의를 통해 마련됐다.
이번 합의는 미국이 한국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위적 환율 절하를 차단하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입장에서는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낮추고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선제적 대응 성격이 짙다.
미국은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GDP 대비 3%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2% 이상, 8개월 이상 지속된 달러 순매수 등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환율조작국(심층분석 대상국)으로, 2개 기준 충족 시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다.
한국은 기존 정량 기준 중 ‘시장 개입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지정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6월 미국은 정량 평가뿐 아니라 공적기금 운용, 개입 내역 공개, 정책 일관성 등 정성 평가 비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합의문에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며, 국제수지 조정을 저해하거나 부당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통화가치를 조작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는 변동환율제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무역수지 흑자·적자가 시장 조정을 거쳐 완화되는 것이 변동환율제의 특징인데, 이를 인위적으로 막는 행위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양국은 거시건전성 조치나 자본 이동 정책도 경쟁적 환율 절하 수단으로 써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국민연금 등 공적기금의 해외투자 역시 위험 분산과 장기 수익 확보라는 본래 목적에 한정돼야 하며, 달러 매수를 통한 환율 조정 수단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
개입은 원화 강세·약세를 불문하고 ‘대칭적’이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미국 초안에는 국민연금의 외환 스와프 계약이 개입 사례로 포함됐지만 최종 합의문에서 빠졌다. 한국 정부가 “연금 운용은 투자이지 환율 개입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설득한 결과다. 미국은 지난 6월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며 국민연금·외환당국의 650억 달러 규모 스와프를 개입 사례로 지목했지만, 한국 정부의 설명 이후 최종 합의문에서 삭제됐다.
다만 미국은 더 높은 투명성을 요구했다. 한국은 그간 분기 단위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유했으나 앞으로는 매월 제공해야 한다. 이로 인해 외환당국의 대규모·즉각적 개입이 부담스러워지고 정책 자율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일본·스위스와 달리 한국은 대외공개가 아닌 상호 공유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시장 안정을 중시해야 하는 한국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외환보유액 통화 구성은 기존 SDR·비SDR 구분에서 달러·엔·유로 등 주요 통화별 비중 공개로 바뀐다.
정부는 이번 합의가 일본·스위스 사례와 유사하며 인위적 환율 절상 요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제2의 프라자합의’ 우려를 차단한 것이다.
오히려 한국 요청으로 합의문에 ‘시장 안정(Stability)’이라는 표현이 포함됐다. 이는 미국도 한국 외환시장 안정을 모니터링한다는 의미로, 향후 무제한 통화스와프 논의에서 협력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합의로 한국이 관찰대상국에 남을 가능성이 있지만,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유지해온 환율정책 기본 원칙에 부합하며, 한·미 간 신뢰를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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