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체류자, 아프간 가족과 연락 안 돼…은행 송금도 막혀
인터넷 차단된 아프가니스탄 카불 |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 정권이 '부도덕한' 행위를 막겠다며 최근 일부 지역에 내린 인터넷 금지령을 사실상 전국으로 확대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 정권은 지난달 29일부터 아프간 전역에서 인터넷과 휴대전화 데이터 서비스를 차단했다.
인터넷 모니터링 업체 '넷블록스'에 따르면 전날 아프간의 인터넷 연결률은 1% 아래에 머물렀다.
이 업체는 로이터에 "지난달 29일부터 단계적으로 (인터넷) 연결이 차단됐고, 인터넷과 시설을 공유하는 전화 서비스도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탈레반 정권은 지난달 17일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최고 지도자의 지시에 따른 조치라며 전국 34개 주 가운데 10개 주에서 인터넷 접속을 먼저 차단한 바 있다.
당시 아타울라 자이드 북부 발크주 대변인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조치는 부도덕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시행됐다"고 밝혔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서비스가 한꺼번에 차단되자 은행 업무과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는 등 아프간 전역에서 큰 혼란이 빚어졌다.
민간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서 일하는 샤비르는 "아무도 친척들의 상황을 알지 못한다"며 "아프간 안에서도 우리는 소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 일하는 아프간인 메디는 AFP 통신에 "어머니와 형제자매들이 아프간에 있다"며 "하루에 10차례 넘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이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며 은행을 통한 송금도 더는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보통 메신저 앱이나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하는 탈레반 정권도 인터넷을 차단한 이후 이번 조치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올해 초 기준 아프간의 인터넷 이용자 수는 1천320만명으로 전체 인구 4천300만여명의 30.5%에 달했다. 소셜미디어 이용자 수는 400만명이 넘는다.
남아시아 전문가인 마이클 쿠겔만은 AP 통신에 이번 조치는 탈레반 정권이 2021년 재집권한 이후 한 조치들 가운데 가장 극단적이고 가혹하다며 "1990년대 집권 때보다 이념적으로는 조금도 온건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탈레반 정권의 조치가 인권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여성과 소녀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인 탈레반은 옛 소련군이 철수한 이후인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에서 처음으로 집권했다.
그러나 미국은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자 배후로 '알카에다'를 지목했고, 우두머리인 오사마 빈라덴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아프간을 공격해 탈레반 정권을 축출했다.
20년 만인 2021년 미군이 철수하자 재집권한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엄격하게 해석해 여학생의 중학교 진학을 금지하는 등 인권침해 조치를 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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