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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날 잃고 싶지 않아”…이채민, '無꾸밈' 라이징 스타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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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날 잃고 싶지 않아”…이채민, '無꾸밈' 라이징 스타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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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채민.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채민.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보다 더 솔직한 '라이징 스타'는 없었다.

배우 이채민은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021년 tvN '하이클래스'로 데뷔한 지 단 4년 만이다. 2023년 17%(이하 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한 tvN '일타 스캔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깜짝 흥행에 성공한 '하이라키' 등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이번엔 다르다. 임윤아와 투톱 주연을 맡아 무려 17.1%라는 높은 시청률 성적을 거뒀다.

예상된 성공은 아니었다. 촬영 한 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사극에 '대타'로 투입된 이채민의 성과를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방송가 안팎에서 우려와 호기심이 뒤섞인 시선을 받아야 했던 그는 결코 주눅 들지 않았다. 한 달간 차근차근 서예와 승마를 익혔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평소 화도 안 내고, 목소리 높이는 법 없는” 본래 모습을 버리고, 조선의 폭군 이헌이 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진심이 통했는지 드라마의 흥행과 별개로 이채민의 활약에 시청자 호평이 쏟아졌다. 현대에서 조선으로 타임슬립한 프렌치 셰프 연지영 역의 임윤아와 절절한 로맨스를 쌓고, 치열한 궁중 암투 속에서 늘 외로웠던 이헌의 면모를 제대로 표현한 덕분이다. 드라마가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비영어권 1위에 오르면서 해외 팬들도 부쩍 늘었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자신을 둘러싸고 몰아치는 변화가 낯설 법도 하지만, 이채민은 의연했다. 평범한 20대 청년의 모습으로 솔직하게 사랑하고, 자신의 일상을 살았다. 9월 30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채민은 “난 나를 잃고 싶지 않다”며 “원래도 솔직하고, 긍정적이고, 이왕 하는 것 즐기자는 마음으로 살았다. 한 번 사는 인생 좋게 살면 좋지 않나. 그런 마인드로 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있는 척' 한 조각 걸치지 않는 그의 표정에는 순수함과 자신감이 동시에 엿보였다.



배우 이채민. tvN 제공.

배우 이채민. tvN 제공.


Q. '폭군의 셰프'를 끝낸 기분은 어떤가.

“아직 끝난 게 실감이 안 날 정도로 여운이 남아있다. 항상 작품이 끝나고 나면 아쉽기도 하고 시원섭섭한 마음도 큰데, 이번에는 유독 작품도 잘 되고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까 더 뿌듯하고 감사한 분들도 많이 떠올랐다. 전체적으로 행복한 마음이 크다. 작품도 저에게 남은 것 같고, 함께 작업한 분들이 소중하게 남아서 여러모로 많은 것을 안겨준 작품이다.”


Q. 캐스팅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 달 남짓 남겨두고 갑자기 투입됐는데 어떤 결심으로 하게 됐나.

“항상 어떤 작품이든 그렇지만, 이번에는 유독 저에게 있어서는 큰 작품이었다. 그래서 부담감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짧은 기간 내에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노력이나 마음을 많은 분이 알아준 것 같아서 감사했다. 캐스팅 과정은 정말 갑자기 미팅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사실 제가 장태유 감독님의 '찐팬'이다. 전작을 다 봤다. 미팅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릴 정도였다. 그러니 더더욱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대본도 읽어봤는데 재미있고 제 취향에 잘 맞았다. 다만, 역할이(쉽지 않아) '정말 열심히 해야겠구나'라는 마음은 들었다.

배우 이채민.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채민.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Q. 파트너인 임윤아와의 호흡은 어땠나.

“임윤아 선배님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팬입니다'라고 외쳤다. 어릴 적부터 봐왔던 스타를 만나는 게 영광이었다. 신기하면서도 '나만 잘하면 되겠다' 생각했다.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까 나도 많이 불안했고, 자신감이 없었다. 선배님께서 많이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충분히 잘하고 있고, 이미 '이헌'이라고 말해 주셨다. 초반에는 그런 말들이 진짜 큰 힘이 됐다. 선배님과의 호흡은 당연히 좋았다. 갈등도 없었고, 서로 원하는 부분에 대해 많이 수용해줬다. 아이디어를 진짜 많이 제시해줘서 많이 도움을 받았다.”

Q. 한 달 준비 기간 무엇을 했나.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일주일에 몇 번씩 서예학원과 승마학원에 다니며 빠른 시간 안에 습득하려고 노력했다. 현장에 가서도 반복 연습을 했다. 실제로는 현장에서 실력이 많이 늘었다. 처음에는 말을 잘 달릴 줄 몰랐는데 대역 배우 말고도 제가 직접 해야 하는 장면들이 많아서 실전에서 많이 늘었다. 막바지에는 말을 타고 달리면서 '왜 마지막에 잘 달릴까' 아쉬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사극 발성은 4년 전부터 다닌 발성 학원에서 꾸준히 배웠다. 그게 여기서 빛을 발한 것 아닌가 싶다. 다행히 배우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승마와 서예를 배우는 게 재미있었다. 서예는 '이너피스'에 도움이 돼 집에서 몇 개 쓰고 붙여 놨다. 활쏘기 자세도 배웠는데 다음에 사극을 또 할 수도 있으니까 언젠가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을 하며 열심히 했다.”


Q. 전작보다 연기력 늘었다는 평가가 많은데.

“물론 매 작품 열심히 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유독 시간이 짧으니 잘 해야겠다는 강박이 있었다. 잠을 줄여가며 연구하고, 영상들을 참고하고, 말투도 계속 다양하게 시도해보며 준비했다. 감독님께서 직접 불러서 그룹 리딩도 많이 해 주셨다. 초반에 캐릭터 잡을 때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도와줬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간 안에 촬영할 수 있는 캐릭터를 잡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진짜 이헌 같다'는 시청자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음식을 먹고 '리액션'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무엇이었고, 살이 찌지는 않았나.

“만화적으로 표현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래서 애니메이션들을 많이 참고하려고 했다. 먹방 프로그램을 틀어 놓고 거울을 보며 연구했다. 어떻게 하면 맛있으면서도 예쁘게, 깔끔하게 먹을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다. 평소에는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두 팔을 벌려 '와아!'하고 환호성을 지를 정도로 반응하지는 않지 않나.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그래야 했다. 그렇게 과하면서도 인물이 사랑스러워 보여야 하니까 그 지점을 찾는 데까지 많은 시도를 했다. 좀 더 과하게도 해보고, 덜어도 내보고. 그런 동작을 여러 번 해보니 '현타'가 오긴 하더라. 하하! 음식은 대부분이 맛있었는데 비프 부르기뇽이 정말 맛있어서 계속 꿀떡꿀떡 넘겼다. 마카롱도 기억에 남는다. 원래 단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몇 개 집어서 먹을 정도였다. 그래서 사실 살이 쪘다. 상의 탈의 장면은 이틀 전부터 최대한 관리해서 찍었다. 제작진의 많은 도움을 받아 멋지게 나왔다. 그래도 'CG 처리'는 없다. 복근은 제 것이 맞다.”

배우 이채민.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채민.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Q. 마지막 회에서 이헌이 현대로 넘어와 연지영을 만나는 장면으로 끝맺는다. 일각에서는 그 과정을 전부 생략해 '회피 엔딩'이라는 농담 섞인 지적까지 나왔는데.

“그런 반응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정말 다양한 시선으로 보는구나 생각했다. 사실 저는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현대로 와서 연지영을 만났으니 좋다고만 생각했던 거다. 솔직히 단순하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회피엔딩'이란 반응에 그렇게 볼 수 있구나 싶었다. 마지막 순간 '이헌이 어떻게 오게 됐냐고? 그건 중요하지 않다'라는 내레이션은 원래 다양한 버전이 있었다. 이헌이 현대로 어떻게 왔는지에 대한 내용이 '종이 한 장이 떨어져서 봤는데' 이런 식으로 포함되기도 하고, 현대에서 은인을 만났다는 내용의 내레이션도 있었다. 감독님께서 최종 버전을 선택하셨다.”


Q. 시즌2를 원하는 시청자도 많다.

“그런 반응을 저도 봤다. 만약 시즌2를 하게 되면 어떨까 궁금증도 있다. 촬영장에서 배우들끼리도 '시즌2는 이헌의 현대 적응기를 그릴까?'라고 말을 나눴다. 그래도 사극으로 이렇게 남는 것이 가장 알맞은 것 같다.”

Q. 드라마에 대한 주변 반응은 어떤가. 많은 대본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 검토 중인가. 인생이 좀 바뀌었는지도 궁금하다. 인기는 언제 실감하고 있나.



“지인들이 '가족이 팬이다'라며 영상통화를 하기도 하고, 길 가다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져서 신기했다. 작품은 드라마, 영화 할 것 없이 다양하게 들어오고 있다. 대본 검토를 다 해보지는 못했다. 인생이 바뀌었다는 느낌은 든다. 부모님도 진짜 좋아하신다. 사실 부모님께서는 어떤 작품을 해도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유독 더욱 재미있게 봐 주셨다고 한다. 친척분들도 사인해 달라고 요청하곤 한다. '츤데레'인 여동생은 문자로 '고생했다'고 한마디 하더라. 고마웠다. 글로벌 인기도 아직은 체감이 안 된다. 곧 베트남으로 포상휴가를 가니까 그때 느끼지 않을까? SNS의 '좋아요' 수가 엄청 늘기는 했다. 주변에서도 저를 '연희군'이라 불러 주긴 하는데 아직까지는 제 이름을 잃은 정도는 아니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하.”

Q. 2023년 '일타 스캔들'에서 만난 류다인과 공개 연애 중이다. 작품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공개 연애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서로가 작품에 대해 크게 이야기를 나누는 편은 아니다. 딱히 그런 부분은 말을 안 나눈다.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보니까. 공개 연애는 부담감보다는 오히려 저에게는 역할에 몰입해서 최선을 다 해야겠단 열정을 준다. 캐릭터로 보여야 한다는 마음이 커져서 더욱 책임감이 커지고, 마인드컨트롤을 하게 된다. 어제도 최근에 올린 SNS 사진이 (류다인과)같은 카페에서 찍었다며 '럽스타그램'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던데 사실 '럽스타그램'이 아니긴 하다. 그만큼 관심이 많이 받는구나 싶었다.”

배우 이채민.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채민.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Q.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며 행동이 위축되거나 조심스러워지지는 않았나.

“이 직업을 함으로서 부담감을 수용해야 하는 건 내 본분인 것 같다. 얼마나 잘 해소하고, 어떻게 좋게 받아들이는 지가 관건인 것 같다. 마인드컨트롤을 더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요즘에도 헬스장에 마스크 안 쓰고 간다. 사람들이 아직 못 알아본다. 무엇보다 저는 저를 잃고 싶지 않다. 당연히 사람은 인생을 살다 보면 변하기는 하겠지만, 온전히 내 안의 본 모습은 변하고 싶지 않다.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제게 '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럴수록 나를 더 다잡아야겠단 생각을 자주 하고 있다. 원래도 솔직하고, 긍정적이고, 이왕 하는 것 즐기자는 마음으로 살았다. 한 번 사는 인생 좋게 살면 좋지 않나. 앞으로도 그런 마인드로 살아가려 노력할 거다.”

Q. 배우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막연히 배우가 멋있어 보였다.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앞에서 나서서 말하는 것도 떨려 해서 나는 배우를 할 수 없을 거라 단정했다. 그러다 열 아홉 살 때 내가 꿈꿔왔던 것을 한번 쯤은 해보자 싶어서 무작정 집 앞에 있는 연기학원을 들어갔다.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거다. 꿈만 같다. 다만, 최선은 다했다. 그 당시에는 몇 년간 공부한 걸 포기할 수 있을까 하고 드는 의문을 떨치기 위해 더욱 열심히 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분이 좋게 봐 주셔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Q. 앞으로 어떤 장르나 캐릭터를 해보고 싶나. 차기작인 넷플릭스 '캐셔로'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예정인가.

“장르는 구분하고 싶지 않다. 누아르도 해보고 싶고, 눈물 절절 흘리는 깊은 멜로도 해보고 싶다.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사실 제일 크다. 다음 작품을 더욱 신중하게 고르고 잘할 수 있는 캐릭터를 최대한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촬영을 마친 '캐셔로'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설정이 나오지 않아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약간은 나쁜 것 같다. 날카로운 부분이 분명 있다. 새로운 모습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찾아뵐 테니 기대와 관심 부탁드린다. 절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 실망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jtbc.co.kr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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