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국빈식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가자전 종식을 위한 21개항 평화안을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기자 회견에서 트럼프의 가자지구 평화안을 지지하며 “하마스가 이 제안을 거부하거나 받아들이는 척하며 사실상 반대로 행동하려 든다면 이스라엘이 스스로 일을 끝낼 것(finish the job by itself)”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가 완전히 척결될 때까지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이름을 딴 ‘21개 항목의 트럼프 가자 평화안(Trump 21-Point Gaza Peace Plan)’을 공개했다. 시작은 즉각 휴전과 인질 송환이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수용을 공식화하면 최대 72시간 안에 생존·사망자를 포함한 모든 인질을 돌려보낸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유엔 등 국제기구가 주도하는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전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단계로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 하마스와 기타 무장 조직의 무장 해제 및 땅굴·무기 제조 시설의 파괴 등 ‘비무장화 조치’가 뒤따른다. ‘평화적 공존’을 약속하는 하마스 구성원에게는 사면 혹은 망명이 허용될 전망이다. 이어서 국제 안보 지원 체계 구축, 과도 정부 설립, 인프라 복구, 훈련을 받은 가자 현지 경찰로의 치안 전환 등이 이뤄진다.
이와 같은 단계적 조치의 이행을 감독할 ‘보드 오브 피스(Board of Peace)’라는 국제적 기구를 신설해 트럼프가 의장을 맡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의 참여를 검토한다는 구상도 공개됐다. 로이터는 “팔레스타인인 강제 추방 불가, 포로 교환, 가자 지구 과도 행정부 구축과 국제 재건 펀드 동원, 이스라엘의 영구 점령·병합 배제 등의 내용도 담겼다”고 전했다.
네타냐후는 이 로드맵을 이스라엘이 주장해 온 ‘전후 5대 원칙’과 연결 지었다. 그는 “첫째 인질 전원 귀환, 둘째 하마스의 완전 무장 해제, 셋째 가자의 비무장화, 넷째 이스라엘의 보안 둘레(안전지대) 유지, 다섯째 가자의 행정(통치)은 하마스도,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도 맡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에게는 ‘하마스 이후의 날’에 대한 계획이 있다. 국제기구가 완전한 무장 해제를 달성하면 전쟁은 영구적으로 끝난다. 그 수준과 연동해 이스라엘의 추가 철수가 이뤄지겠지만, 보안 둘레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스라엘이 전쟁 목표를 관철하는 방식의 평화에 동의한 셈이다.
그러면서 네타냐후는 “(이는) 쉬운 방법으로 할 수도, 어려운 방법으로 할 수도 있다”며 “하마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받아들이는 척하면서 사실상(basically) 그와 반대되는 일을 한다면 이스라엘이 스스로 일을 끝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도 “그 경우 이스라엘의 필요한 조치를 전폭 지원하겠다”고 했다.
백악관은 이날 미국과 이스라엘, 카타르 3자 협의체 출범도 발표했다. 네타냐후는 또 “오늘 카타르 총리와 통화해 이스라엘의 표적은 테러리스트였지 카타르가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카타르 국민의 희생에 유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하마스와 직접 소통하는 중재국 카타르를 전면에 세워 초기 성과(휴전·인질 송환)를 당겨잡고, 이후 치안 전환과 재건·통치 설계를 밀어붙이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하마스가 인질 전원 석방과 무장 해제 수용, 단계적 철수 등의 조건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하마스는 이와 관련, “아직 미국으로부터 트럼프의 가자 평화안을 전달받지 못했다”고만 밝혔다. 거부할 경우 이스라엘의 단독 군사 작전 재개와 미국의 공개적 지원이 이어진다. 어떤 경우든 3자 협의체는 중재선 유지라는 ‘안전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날 “이번 구상은 가자만이 아니라 중동 전체의 평화를 겨냥한 패키지”라며 아브라함 협정의 확장과 역내 국가들의 재건·치안 분담을 강조했다. 네타냐후는 이에 “대통령의 지도력 아래 이란의 미사일·핵 능력에 결정타를 가했고, 이제 ‘전쟁의 승리’와 ‘평화의 확장’을 동시에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화답했다. AP는 “하마스는 전투 종식과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가자지구 재건에 대한 대가로 사실상 항복을 요구받았다”며 “당분간 가자지구는 국제적 감시하에 이스라엘 군대에 둘러싸인 채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