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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사람이 벽면에서 튀어 나갔네? ‘역상 조각’ 이용덕, 뉴욕 첫 개인전

조선일보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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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사람이 벽면에서 튀어 나갔네? ‘역상 조각’ 이용덕, 뉴욕 첫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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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갤러리 AP스페이스서 10월 2일 개막
오목하게 음각으로 파인 조각 23점 전시
관람자 시선 따라 작품도 움직이는 듯 착시
이용덕, ‘웃음(laugh) 055582’(2005). 230×122×40cm. 오목하게 파인 역상 조각이다. /LYD 스튜디오

이용덕, ‘웃음(laugh) 055582’(2005). 230×122×40cm. 오목하게 파인 역상 조각이다. /LYD 스튜디오


움푹 파인 그의 조각을 보고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한 아이는 “사람이 벽면에서 튀어나갔다”고 신기해했고, 독일 전시에서 만난 노(老)신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떠올렸다. 지난 7일 폐막한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에서도 그의 역상 조각(Inverted Sculpture)이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었다. 얼핏 보면 볼록하게 돌출된 형상 같지만, 실제로는 음각으로 오목하게 파인 조각.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 멈춰 있는 작품이 관람자 시선을 따라서 움직이는 것처럼 착시를 일으킨다.

조각가 이용덕(66)의 마술 같은 ‘역상 조각’이 미국 뉴욕에 진출한다. 10월 2일부터 11월 15일까지 미국 뉴욕 갤러리AP 스페이스에서 이용덕 개인전 ‘역상 조각, 부재를 통해 드러나는 형상’이 열린다. 작가의 뉴욕 첫 개인전으로, 대표작 ‘웃음’을 비롯해 총 23점의 역상 조각을 선보인다.

이용덕, 'giggling 110681'(2011). 83×200×17cm. /LYD 스튜디오

이용덕, 'giggling 110681'(2011). 83×200×17cm. /LYD 스튜디오


이용덕은 ‘조각=볼록하다’는 통념을 깼다. 1984년부터 역상 조각이라는 독자적 표현 형식을 창안하고 40여 년에 걸쳐 체계화했다. 뉴욕 전시를 앞두고 만난 그는 “1980년대 당시 유행하던 미술 사조나 흐름에 편승하고 싶지 않았다”며 “인간을 중심으로 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그러다 음과 양의 조합을 생각했다. 음과 양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개념이니 구분하지 않고 하나에 담아보자 생각했다”고 말했다.

'2025 키아프 서울' 전시장에서 표갤러리 부스에 나온 이용덕의 역상 조각 작품. 관람객들 사이에서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었다. /허윤희 기자

'2025 키아프 서울' 전시장에서 표갤러리 부스에 나온 이용덕의 역상 조각 작품. 관람객들 사이에서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었다. /허윤희 기자


서울 홍제동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린 시절 홍제천변 진흙밭의 말캉한 흙으로 사람도 빚고 탱크도 빚었다. 열 살 즈음, 실내화 주머니를 뒤집어보니 손잡이가 달린 천 가방의 안팎이 뒤집혔다. 형태는 똑같았다. 겉과 속, 안과 밖을 반전시켜도 형태가 같다는 사실을 이때 이미 알게 됐다.

조각가 이용덕. /LYD 스튜디오

조각가 이용덕. /LYD 스튜디오


그는 “어떤 존재를 만들어낸 후 그것을 없애고 빈 자리를 보여주는 게 제 작업의 과정”이라고 했다. ‘존재’와 ‘부재’가 작품 안에 공존한다. “없으면서도 있고, 있으면서도 없는 것. 제가 만들어 놓은 것은 어떤 존재감의 흔적”이라고 했다. 소재는 평범한 일상에서 포착된 인간의 모습. 활짝 웃고, 걷고, 세수하고, 독서하는 사람들이 역상 조각 안에 있다. 서울 명동성당에 있는 ‘김수환 추기경상’과 ‘프란치스코 교황상’, 동작구 삼일공원 내 ‘유관순 열사상’도 그의 역상 조각이다.

이용덕, 'walking 063281'. 95×205×18cm. /LYD 스튜디오

이용덕, 'walking 063281'. 95×205×18cm. /LYD 스튜디오


작가는 “그간 유럽이나 아시아 지역에서는 활발하게 전시했지만 이상하게도 뉴욕과는 연이 닿지를 않았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뉴욕에 역상 조각을 제대로 소개하고 K아트를 확산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했다.


작가의 예술 세계를 살펴보는 아트북 ‘이용덕 역상 조각’도 최근 출간됐다. 10명의 미술사학자와 비평가, 전시 기획자가 이용덕의 조형 세계와 그의 역상 조각의 미학적·미술사적 의미에 대해 쓴 글을 다수의 작품 사진과 함께 엮었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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