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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공간이 평면으로... 수작업으로 빚은 마법

조선일보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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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공간이 평면으로... 수작업으로 빚은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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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 예술가 조르주 루스의 신작
성곡미술관 개관 30주년展서 공개
조르주 루스의 ‘서울, 성곡Ⅱ’. 바닥과 천장, 벽, 기둥에 칠을 해 거대한 직사각형 그림을 만들었다. 지정된 관람 지점에서 벗어나면 그림은 해체된다./조르주 루스

조르주 루스의 ‘서울, 성곡Ⅱ’. 바닥과 천장, 벽, 기둥에 칠을 해 거대한 직사각형 그림을 만들었다. 지정된 관람 지점에서 벗어나면 그림은 해체된다./조르주 루스


알록달록 원색의 페인트가 전시장 벽과 기둥에 질서 없이 칠해져 있다. 작품의 진짜 모습은 바닥에 표시된 특정 지점에 선 뒤에야 드러난다. 칠이 빈틈없이 합쳐지며 색색깔의 정사각형 20개로 직조된 반투명한 ‘그림’이 착시 현상처럼 떠오르는 것이다. 정해진 위치에서만 작가가 의도한 형태가 드러나는 이른바 애너모퍼시스(Anamorphosis) 기법이다.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만큼 눈길을 사로잡는 설치 작품이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2013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프랑스 설치 예술가 조르주 루스의 ‘서울, 성곡Ⅱ’다. 성곡미술관 개관 30주년 전시 ‘미술관을 기록하다’를 위한 신작.

두 개 층이 트인 전시장 한복판에 2차원 이미지의 환영이 서린다. 인공지능(AI)이 작가의 개성까지 흉내 내는 요즘, 반대로 인간의 수(手)작업이 컴퓨터 기술 이상의 신비함을 자아내는 것이다. 작업 과정은 ‘노가다’에 가깝다. 작가는 먼저 관람객이 작품을 보게 될 지점에 카메라를 세워 전시장을 찍었다. 이 촬영 화면 위에 밑그림을 띄운 뒤 끊임없이 눈으로 대중하며 칠을 했다. 영상에 담긴 작업 과정 내내 작가가 웃는데 관람객도 동심으로 돌아간 듯 유쾌하다. 16일 전시장에서 만난 조르주 루스는 “이 공간에 기둥 같은 구조물이 많아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작품 앞에 선 조르주 루스 작가./김민정 기자

작품 앞에 선 조르주 루스 작가./김민정 기자


1995년 개관한 성곡미술관은 신진 작가부터 원로 작가, 회화부터 설치 작업까지 다양한 미술을 향해 열려 있는 사립 미술관으로 역할 해왔다. 12월 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조르주 루스를 비롯해 김수영, 김준, 김태동, 민재영, 샌정, 성지연, 송예환, 베로니크 엘레나, 염중호, 윤정미, 이세경, 이창원, 홍범 등 국내외 작가 14인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미술관 내 조각 정원 관람을 포함해 입장료는 8000원이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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