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간판 떼는 검찰청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 기획재정부 분리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의 건에 투표를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정 대표는 “역사는 오늘 검찰 개혁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하게 됐다고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연합뉴스 |
26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1948년 8월 정부 수립과 함께 개청한 검찰청이 78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검찰청 대신, 기소만 담당하는 공소청과 부패·선거·마약 범죄 등 9대 주요 범죄 수사를 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신설되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중수청과 공소청,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 설치 법률 제정에 대해 추후 논의를 거쳐 연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은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정성호 법무장관은 이날 “새로 출범할 수사·공소 기관은 국민 인권을 수호하는 정의로운 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했고,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정권의 칼이 사라졌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픽=김성규 |
◇최대 쟁점은 檢의 ‘보완 수사권’
이번 검찰 개편안에 따라 정부조직법 내 ‘검찰청’은 ‘공소청’으로, ‘검찰’은 ‘검사 사무’로 각각 명칭이 바뀐다. 관할도 기존 법무부 산하 검찰에서, 수사를 맡는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옮기고 공소청은 그대로 법무부 산하에 둔다. 검사들은 공소청에서 기소 업무를 담당하게 되고, 수사를 하려면 검사복을 벗고 중수청 수사관으로 전직해야 한다.
개편안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다. 현재 검찰은 부패·경제 등 일부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권을 갖고 있는데, 공소청으로 전환되면 수사권을 완전히 잃게 된다. 다만 검찰의 ‘보완 수사권’ 또는 ‘보완 수사 요구권’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최대 쟁점이다. 여권에서도 보완 수사권 유지와 전면 폐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경찰 수사에서 미진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기소부터 공소 유지, 형 집행까지 형사 사법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8.1%가 ‘공소청에 보완 수사권이나 보완 수사 요구권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구더기가 싫어도 장독을 없애면 되겠냐”며 보완 수사권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형사 사법 시스템, 향후 어떻게 되나
검찰청 폐지 후 형사 사법 체계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대원칙은 공소청 검사는 수사에서 손을 떼고 기소 여부 결정과 공소 유지만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보완 수사권마저 뺏기면 사법적 통제가 없는 경찰,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기관만 난립하게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1차 수사기관이 기소·불기소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사건을 공소청에 송치하는 ‘전건 송치’가 거론된다. 이 밖에 현재의 고등검찰청 같은 기관의 설치 여부, 중수청 수사관의 구성과 수사 범위 등도 남은 1년 논의를 거쳐 정해진다. 민주당 관계자는 “첨예한 쟁점이 많아 향후 입법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고 했다.
◇檢 내부 분위기... “올 게 왔다”
검찰청 해체가 현실로 다가오자, 검찰 내부에선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이날 정부조직법이 통과하자, 대전지검 서산지청 차호동 부장검사가 사표를 던졌다. 그는 검찰 내부망에 “독재국가에서나 볼 법한 기형적인 제도”라며 “공무원인 제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반대 의사 표시로 사직을 선택했다”고 썼다. 재경 지검 한 부장검사는 “당장 검찰이 쓰는 전산 시스템(KICS) 개편에도 많은 시간과 예산이 투입된다. 형사 사법 체계가 마비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법무부는 윤석열 정부의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을 다시 고쳐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더 줄이는 안을 입법 예고했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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