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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막판에 고춧가루 팍팍... 최하위 두산·키움 '매콤한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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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막판에 고춧가루 팍팍... 최하위 두산·키움 '매콤한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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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빙 순위싸움 중인 5강, 양팀에 번번이 발목
내년 반등 위한 승부욕, 리그 긴장감 불어넣어


두산 선발 잭로그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8회초 2사 1·3루 위기에 한화 루이스 리베라토를 아웃 처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두산 선발 잭로그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8회초 2사 1·3루 위기에 한화 루이스 리베라토를 아웃 처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시즌 막판 '꼴찌' 키움과 9위 두산의 '매콤한 반격'이 상위권 팀들의 순위 경쟁에 뜻밖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하위권 팀이라고 방심했다간 치명적인 고춧가루 공격을 맞기 일쑤다.

26일 현재 두산과 키움은 나란히 9위. 10위다. 아직 정규리그 종료까지 경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다른 팀들과 경기 차가 크게 벌어져 순위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 다만 이들의 승패가 상위 팀들의 운명을 가를 순 있다.

두산은 지난 22일 3위 SSG의 발목을 잡은 데 이어 25일엔 2위 한화의 선두 추격에 제동을 걸며 곰표 고춧가루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곽빈, 잭 로그 등 선발 투수들이 시즌 최고의 투구로 맞선 게 주효했다. 곽빈은 SSG전에서 5이닝 11탈삼진으로 개인 최다 탈삼진 기록과 타이를 이뤘고, 잭 로그는 한화전에서 두산 투수로는 처음으로 올 시즌 10승(8패) 고지에 올랐다.

키움의 기세는 더 매섭다. 키움은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승률이 0.289에 그쳤으나 조성환 감독대행의 지휘가 본격화한 8~9월에 승률 0.463을 기록하며 전반적인 화력을 끌어올렸다. 그사이 키움을 제물 삼아 승수를 쌓으려던 선두 LG, 2위 한화, 6위 NC에 1패씩을 안겨 한때 '키움 고춧가루 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LG 선수들이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원정경기에서 패배한 뒤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LG 선수들이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원정경기에서 패배한 뒤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더욱 흥미로운 건 5강을 상대로 한두 팀의 반격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규리그 종료까지 2경기를 남겨둔 키움은 28일 4위 삼성, 30일 SSG를 상대한다. 3~5위 간 격차가 최대 1.5경기(25일 기준)로 촘촘해 키움전 패배는 상대 팀들에 치명적일 수 있다.

잔여경기를 모두 홈에서 치르는 두산은 27일 SSG, 28일 롯데, 30일 LG와 차례로 만난다. 잠시 재정비 시간을 가졌던 정수빈, 김재환, 양의지 등 베테랑들이 전날 1군에 복귀하면서 곰표 고춧가루의 위력은 남은 기간 매콤함을 계속 더해갈 전망이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도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총력전을 벌일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올 시즌 타율 0.340으로, 2위 KT 안현민(0.331·이상 25일 기준)에 9리 차로 근소하게 앞서 있는 양의지도 타격왕 경쟁을 위해선 잔여경기에 나오지 않는 게 유리하지만, 팀 승리를 위해 출전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가을야구 희망이 사라진 두 팀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긴 승부를 벌이는 데는 나름의 속사정도 있다. 두 팀 모두 시즌 도중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하차하면서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인데, 이들이 다음 시즌 정식 감독 승격의 기회를 잡기 위해선 스스로 능력을 증명해내야 한다. 성적 압박이 큰 만큼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시즌 마지막을 잘 마무리해야 다음 시즌을 준비할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하위권 팀들에겐 중요한 요소다. 설종진 키움 감독대행은 "야구가 올해만 해서 끝나는 게 아니고, 내년도, 그 이후도 있으니 선수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독려하고 있다"며 "선수들도 그 의미를 잘 알고 있기에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