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지역 군인과 팔레스타인 민간인 부상 양상 유사해"
"어머니가 숨진 아이들 살려달라 애원…의료진 직접 헌혈도"
7일(현지시간) 가자시티의 알자지라 텐트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 직후 한 팔레스타인 소년이 부상당한 소녀를 안아 들고 있다. 2025.09.07.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치료했던 외국인 의료진으로부터 "다른 현대 분쟁에서 민간인이 입은 것보다 심각한 상처를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5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전날 세계적 의학 학술지 '영국의학저널'(The BMJ)에 이런 내용을 담은 '가자: 전쟁의 트라우마를 기록하다'라는 제목의 연구가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주로 유럽과 북미 출신인 인도주의 보건 인력 78명을 대상으로 가자지구에 체류하는 동안 목격한 민간인 부상의 심각성과 부위, 원인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팔레스타인 의사들은 위험에 처할 것을 우려해 설문에서 제외했다.
연구 책임자인 영국의 외과의사 오마르 엘 타지는 "응답자 3분의 2는 다른 분쟁 지역에도 파견된 경험이 있었는데, 대부분 가자지구에서 본 부상이 지금껏 본 것 중 최악이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2024년 9월~2025년 2월 사이 의료진은 외상 2만 3700건 이상, 가까운 무기로 인한 부상을 7000건가량 목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제보건기구(WHO) 자료와도 대체로 일치한다.
부상의 양상은 군인이 전장에서 입은 것과 유사했다. 무기 관련 부상의 3분의 2 이상은 폭발 때문이었다. 이는 다른 현대 분쟁의 두 배 이상 비율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중 미군 병사들이 겪은 비율과 유사하다.
엘 타지는 "이것은 매우 중요한 차이"라고 강조했다. 민간인들과 달리 군인은 훈련을 받고 보호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위험에 노출될 것을 알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그는 또 "환자들 가운데 드물게 엄청난 비율의 3·4도 화상, 즉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화상이 관찰됐다"며 "지난해 가자지구에 파견됐을 때는 근육과 뼈가 그대로 보일 정도로 심각한 화상을 입은 아이들이 너무 많아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장 흔하게 보고된 질환은 영양실조와 탈수였다. 가자지구에는 지난 8월 유엔 지원 평가에 따라 기근이 선포됐다.
설문에 참여한 의료진들은 자신이 목격한 참상을 직접 서술하기도 했다.
한 의사는 "최악의 순간은 이미 숨진 아이들을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어머니들이었다"라고 밝혔다. 가족이 죽는 장면을 목격한 뒤 자살 의향을 표현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또 많은 의료진이 물자나 지원이 끊긴 극한 상황에서 수술을 해야 했으며, 이에 따라 생존 가능성이 그나마 높은 환자에게 치료를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도 묘사됐다.
엘 타지는 "여러 날 밤 연속으로, 최대 70명의 중상자가 병원으로 실려 왔다"며 "하루는 다른 의사, 간호사들과 함께 줄어든 혈액 공급 상황에서 직접 헌혈을 했다"고 회상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부상 실태를 단편적으로밖에 보여줄 수 없지만, 가자지구가 포위돼 의료시설이 파괴되고 국제적 접근도 제한된 상황에서 부상에 관한 가장 포괄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1219명이 숨진 뒤 이스라엘의 보복 작전으로 현재까지 지금까지 6만 5500명이 사망하고 16만 70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사망자 대부분은 민간인이다.
국경없는의사회에 따르면 2025년 9월 현재 가자지구에서 의료진 1500명이 숨졌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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