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직무 관련 vs 모든 범죄…공수처 수사 대상 놓고 공방
"공수처 검사 권한 남용 우려"…"수사·기소 불일치 해소돼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건물 2025.1.2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하는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입법이 현실화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한해 수사·기소가 모두 가능한 유일한 검찰 조직이 된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내 강성파 중심으로 공수처의 수사 대상과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와 법조계, 야권은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향후 정국의 혼란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당내 강성파 김용민 의원은 대법원장,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 저지른 '모든 범죄'를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 '직무 관련 범죄' 등에 한해서만 수사가 가능하다.
공수처의 수사 권한을 대폭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사실상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전방위적인 압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대법관으로 임명돼 윤석열 정부 때 취임해 보수 성향 법관으로 분류된다. 대법원이 2025년 4월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선고하면서 여권의 표적이 됐다.
민주당에서는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에 더해 '대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현행 공수처법상 조 대법원장에 대한 대선 개입 의혹은 대법원장 직무와 관련이 없어서 수사 개시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은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고위공직자 직무와 무관한 범죄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하면 공수처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심중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 역시 '공수처 검사의 권한 남용으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 수석전문위원 역시 다른 유사 법안들과 함께 '민간인에게까지 기소권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검토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법사위 소속의 판사 출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청을 해체하고 본인들의 검찰을 새로 만드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며 "민주당 하명수사처를 상시화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국민의힘은 "조희대 표적 사정법"이라며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강성 지지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 대법원장까지 희생양으로 삼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꼬았다.
반면, 공수처는 수사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날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행정안전부 산하에 자리 잡게 되면 결국 경찰과 중수청 비리도 수사 대상이 돼야 하는데 현행법상 공수처는 경무관급 이상만 수사할 수 있다"며 "최소 총경부터 수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법이 수사 대상과 기소 범위가 일치하지 않아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예를 들어 뇌물죄와 청탁금지법 위반죄는 같은 행위에서 파생된 두 가지 쟁점인데 수사와 기소의 불일치가 있어 해소돼야 한다는 논의가 예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상 범죄를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라기보다는 불일치에 대해 어느 정도 간극을 조정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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