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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옆 칠궁에 남은 역사…'왕의 어머니'가 된 7명의 후궁

연합뉴스 김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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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옆 칠궁에 남은 역사…'왕의 어머니'가 된 7명의 후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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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연 장서각, 조선 후기 왕실 의례 변화상 조명한 특별전
'궁원식례'·'칠궁 약도' 등 장서각 소장 자료 60점 한자리에
육상궁과 연호궁 삼문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육상궁과 연호궁 삼문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청와대 서쪽에 있는 칠궁(七宮)은 '궁'으로 불리지만, 실은 조선시대 왕이나 왕으로 추존된 인물을 낳은 후궁의 신주를 모신 사당이다.

영조(재위 1724∼1776)를 낳은 숙빈 최씨(1670~1718)의 사당인 육상궁이 먼저 들어선 뒤, 1908년 전국 각지에 흩어진 사당을 모으면서 칠궁이 됐다.

왕의 생모이지만 왕비는 되지 못한 후궁 7명의 삶과 그들의 마지막 거처인 칠궁을 통해 조선 후기 왕실 의례의 변화를 살펴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최근 장서각에서 선보인 기획전 '칠궁, 왕의 어머니가 된 일곱 후궁'은 칠궁과 관련한 장서각 소장 문헌 자료를 모은 자리다.

육상궁과 연호궁 내부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육상궁과 연호궁 내부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조가 1726년 11월 6일 숙빈 최씨의 생신을 맞아 올린 제문 원고인 보물 '영조어필 - 숙빈최씨사우제문원고'를 포함해 총 60점의 자료를 소개한다.

칠궁과 관련한 자료는 1964년 문화재관리국(국가유산청의 전신) 창경원사무실로 이관된 뒤 장서각사무소를 거쳐 1981년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옮겨졌고, 현재는 장서각에서 보관하고 있다.


전시는 영조의 '사모곡'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영조는 후궁 출신인 친어머니 숙빈 최씨의 사당과 무덤을 궁원(宮園)으로 격상하기 위해 노력했고, 관련한 제도와 의례를 기록한 '궁원식례'(宮園式例)를 편찬하기도 했다.

'궁원식례' 원편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궁원식례' 원편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의례를 보완하는 과정도 눈에 띈다.


장서각은 "궁원식례 원편(原編)에서는 숙빈 최씨를 '사친'(私親)으로 칭했으나, 보편(補編)에서는 '선자친'(先慈親)으로, 정본(定本)에서는 '선비'(先妣)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1753년 육상궁에 시책(諡冊, 생전의 덕행을 칭송한 글을 실은 책)과 시인(諡印, 시호를 새긴 도장)을 올리는 과정을 정리한 '육상궁 상시책인의', 4대 고조까지의 가계도를 담은 '팔고조도' 등이 함께 공개된다.

숙종(재위 1674∼1720)의 후궁이자 경종(재위 1720∼1724)의 생모인 희빈 장씨(1659∼1701)의 신주를 모신 대빈궁과 관련한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육상궁 상시책인의'[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육상궁 상시책인의'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선 후기 국가 제사의 변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는 '제물등록' 등에는 희빈 장씨의 제사를 '대빈방'(大嬪房) 또는 '대빈묘'(大嬪墓)로 기록하고 있다.

장서각 관계자는 "'정조실록'에 따르면 1791년 대빈의 제사는 저경궁보다 낮추는 수준으로 정비됐고 백폐(白幣)와 울창주가 없는 방식으로 차등화됐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칠궁의 위상이 달라진 상황도 비춘다.

고종(1863∼1907)의 후궁이었던 황귀비 엄씨(1854~1911)는 세상을 떠난 뒤 궁원제에 따라 예우받았으나, 일제강점기에는 이왕직이 왕실 의례를 관장하게 된다.

'원종대왕 팔고조도'[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종대왕 팔고조도'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황귀비 엄씨의 상례 절차 일부를 정리한 의궤, 1929년 육상궁 영역에 포함된 덕안궁까지 담은 칠궁의 배치 상황을 담은 약도 등이 관람객에 소개된다.

장서각 관계자는 "칠궁에 깃든 인물의 삶과 공간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돌아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6월 26일까지 볼 수 있다.

'추존시의궤'[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추존시의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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