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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질서' 작전이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질서' [오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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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질서' 작전이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질서' [오늘, 세계]

서울흐림 / 7.0 °
중동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카타르 총리 겸 외교부 장관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빈 자심 알사니가 2025년 9월 11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카타르 도하의 하마스 지도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에서 대표단에게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카타르 총리 겸 외교부 장관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빈 자심 알사니가 2025년 9월 11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카타르 도하의 하마스 지도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에서 대표단에게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말, 이스라엘은 이란과 그 대리세력(proxy)인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을 무너뜨리겠다 공언하였다. 이스라엘은 그해 12월 시리아의 아사드 정부가 무너지자, 시리아의 군사시설에 대한 대대적 폭격을 감행하였다. 홍해 입구에서 도발 행위를 일삼던 예멘의 후티 반군에도 전면전을 선포하였다. 가자지구의 하마스는 물론이고, 레바논의 헤즈볼라 중심 세력이 무너진 때를 활용하여 이스라엘에 대한 남은 위협을 제거하고 안보를 다지겠다는 의도였다. 이른바 '새로운 질서(New order)' 작전이다.

그러나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고 이스라엘의 전쟁은 만 2년을 향해 가고 있다.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점령하기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서방과 이란의 핵 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 6월에는, 이스라엘이 숙원이었던 이란의 핵시설 세 곳을 공습하였다. 게다가 지난 9월 9일,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한다며 종전 협상 중재국이자 미국의 동맹국인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공습하였다.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세적 행보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고 있다. 국제사회에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2일 유엔총회에서는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한 '두 국가 해법'의 이행을 지지하는 결의가 서방의 주요 우방국을 포함한 146개국의 찬성으로 채택되었다. 우리나라도 찬성표를 던졌다. 학계, 스포츠, 예술계에서는 이스라엘과 관계를 중단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아랍 국가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이집트는 중동판 나토(NATO)인 아랍연합군을 창설하자고 나섰다. 불의의 습격을 당한 카타르도 강력 반발했다. 15일에는 아랍·이슬람 긴급 정상회의를 열어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아랍권의 결집을 촉구하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UAE 등 아랍국가의 국교 정상화를 이룬 바 있다. 이번 2기 행정부 기간에는 이 협정에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를 포함시키려 했다.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이 화합하고 평화를 이루는 중동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노렸던 것이다. 그러나 UAE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어 아브라함 협정의 유지도 요원해 보인다.

이스라엘이 기획한 '새로운 질서'는 의도치 않게 새로운 방향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고 있다.


김은비 국방대 안보정책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