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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총 100정·실탄 2만발 시중에 불법 유통”

조선일보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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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총 100정·실탄 2만발 시중에 불법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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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 의원, 수사 정보 공개 요구
국가대표 사격 선수 출신인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이 22일 “사제 총 100여 정과 경기용 실탄 2만 발 이상이 시중에 불법 유통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 중”이라며 정부에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진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지난 대선 당시 제기됐던 이재명 대통령 암살 및 저격설과 관련해 기획 수사를 벌이던 중 불법 총기 제작에 가담한 이들과 구매자들이 검거됐다”며 “검거 후 조사 과정에서 경기용 실탄(22구경)이 대량으로 압수됐고, 아직 소재 파악이 안 된 총기와 실탄들이 더 있다”고 했다.

진 의원은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 광역수사1반이 지난 6월 5일 대한사격연맹을 방문했고 대한사격연맹은 지난 6월 10일과 8월 21일 두 차례에 걸쳐 실탄 로트(LOT) 번호와 경기용 실탄 3만 발에 대한 확인 결과를 제출했다”며 “경찰은 지난 8월 29일 혐의자를 인지하고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개인 차량 내부에서 200여 발, 자택에서 200여 발을 압수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전직 사격 국가대표 감독이 불법 사제 총기 유통업자와 연루된 사실도 드러났다고 진 의원은 전했다.

로트 번호는 실탄 제조 과정에서 부여되는 탄환 식별용 고유 번호다. 경기용 실탄은 대한사격연맹이 관리하고 있다.

진 의원은 “제보에 따르면 아직도 사제 총 100여 정과 실탄 2만 발 이상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며 “군부대 중대 단위가 무장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인데 누구 손에 들어가 있는지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22구경 실탄은 우리나라 같은 총기 금지 국가에서도 사격 경기용으로 사용하는 탄이다. 진 의원은 “22구경 실탄은 (크기가 작은) 소구경·저반동 탄약이지만 결코 안전하지 않다”며 “가까이서 맞으면 뇌와 심장, 폐를 관통해 사람을 단번에 쓰러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무기”라고 했다. 숨기기 쉽고 소음기를 장착하면 암살용으로도 쓸 수 있다고 한다. 진 의원 측은 “유통되고 있는 불법 사제 총이 권총인지 소총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면서도 “사제 총기는 제작자가 만들기 나름이며 범죄 조직이나 테러 세력에 불법 총기와 실탄이 넘어가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진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접적으로 위협받고 있음에도 정부는 왜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있는 것이냐”며 “혹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가 이미지가 실추될까 두려워 알리지 않고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정부가 경찰 수사로 확보한 경기용 실탄의 정확한 수량과 행방을 즉각 공개하고, 사격연맹과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기관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날 사격 경기용 실탄이 불법 유통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진 의원이 언급한 ‘이재명 대통령 암살·저격설 관련 기획 수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올 1월 ‘멧돼지 등 유해 조수(鳥獸)를 사냥하면서 불법 유통된 실탄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며 “그 과정에서 사격 경기용 실탄이 불법 유통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유통책 A씨 등 3명을 총포화약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고 실탄 400여 발도 압수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사격 선수용 22구경 실탄과 사제 총을 시중에 불법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진 의원이 “경찰이 밀실(密室) 수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선 “현재 수사 중이라 외부에 자세히 공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로 공범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총기와 실탄은 이미 상당수 회수해 일부만 남았다”며 “정확한 수량은 수사 중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전직 사격 국가대표 감독이 연루됐는지 여부에 대해선 “현재 파악 중”이라고 했다.

이날 온라인에서는 “우리나라도 더 이상 총기 안전지대가 아니다” 등 우려가 나왔다. 앞서 지난 7월 인천 송도신도시에서는 60대 조모씨가 사제 총기로 산탄 2발을 발사해 30대 아들을 살해했다. 2016년 서울 강북구에선 50대 남성이 사제 총기를 난사해 경찰관 1명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2022~2024년 발생한 사제 총기 등 불법 총기 사건은 9건이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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