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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비자 수수료 폭탄, 美 기업에 연간 20조원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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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비자 수수료 폭탄, 美 기업에 연간 20조원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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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작년 14.1만건 발급, 건당 10만달러”
자충수 원성… 비자 소지자도 혼란·불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골드 카드 비자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골드 카드 비자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건당 1억4,000만 원에 이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국인 숙련 노동자 비자(H-1B) 수수료 폭탄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연간 약 20조 원에 달하는 청구서를 받아 들 것이란 추산이 나왔다. 미국 경제에 자충수란 지적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에서 발급된 신규 H-1B 비자가 모두 14만1,000여 건이라고 보도했다. 앞으로도 H-1B 비자 발급 건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미국 고용주들에게 가해지는 수수료 부담은 한 건에 10만 달러씩 연간 총 140억 달러(약 19조5,000억 원) 규모가 되리라는 게 FT 추산이다.

실리콘밸리 직격탄...스타트업에 치명타


FT에 따르면 직격탄을 맞는 곳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다. 주로 이들 기업이 해외에서 엔지니어, 과학자, 프로그래머를 채용하는 데 ‘전문직 비자’로 통하는 H-1B 비자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USICS 통계상 2023년 H-1B 비자를 받은 인원 중 3분의 2 정도가 IT 업계 종사자였다.

USCIS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작된 2025 회계연도 들어 올 상반기까지 가장 많은 H-1B 비자가 할당된 기업은 아마존닷컴으로 1만44명이었다. 이어 인도에 본사가 있는 IT 서비스 기업 타타 컨설턴시 5,505명, 마이크로소프트 5,198명, 메타 5,123명, 애플 4,202명, 구글 4,181명 순이었다. 그나마 대기업의 경우 추가 수수료를 내고도 유능한 외국인 인재를 붙잡을 여력이 있지만 소규모 스타트업의 경우 구인 비용이 치솟을 수 있다.

이는 결국 미국의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미국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창업 지원 기관) 와이콤비네이터의 최고경영자(CEO) 개리 탠은 엑스(X)에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미국 스타트업들의 “무릎을 부러뜨리는” 실수이자 캐나다 밴쿠버와 토론토를 포함한 “모든 해외 기술 허브에 주는 엄청난 선물”이라며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한창인 와중에 (정부가) 10만 달러 통행세를 챙기기보다, 작은 테크 기업들을 키워 이길 생각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법적 도전에 직면할 수도 있다. 대형 로펌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 크레이머의 파트너 변호사 매슈 던은 FT에 “10만 달러는 행정부의 규제 권한을 완전히 벗어난 조치이며 법원이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여행 취소, 귀국 연기 등 혼란 여전


아직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은 새 규정 관련 지침 탓에 비자 소지자들은 죽을 맛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에서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으로 이주해 엔지니어링 직장에 출근하려던 34세 로런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H-1B 비자 수수료 100배 인상 포고문에 서명하던 19일 이미 집과 자동차 처분 등 떠날 채비를 마친 상태였지만 새 회사 이민 변호사로부터 “추가 정보를 기다리며 영국에 머물라”는 조언을 들었다. 구글의 한 직원은 가족 방문을 위해 계획했던 일본 도쿄 여행을 백악관 발표 뒤 취소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